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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춘 칼럼] 미래 제주 위해선 개발-발전 논리 멈춰야...6월 지방선거 판단 기준 '환경-생태'

근대문명이 끝나가고 있는데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큰 변혁이 눈앞에 있는데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고, 2018년 앞뒤 몇 년에만 매여 있다. 5년 전의 살림살이와 5년 후의 희망을 생각하기에 급급하다. 많은 희망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좋아지는 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의 근대는 자연을 정복과 투쟁과 획득의 대상으로 삼아 대규모의 파괴를 저질렀고, 인간을 우승열패(優勝劣敗)의 함정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3차 형이상학 혁명이 필요한 때다.

파충류적 본능과 기계적 이성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냉혹한 근대적 인간상을 탈피하는 것이 시작이다. 세상 모든 것을 연민과 공감의 눈으로 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용과 파괴의 대상이었던 자연과 화해하고, 불평등한 인간 사회를 공존의 세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생명을 배려하고 차등을 없애야 한다. 자연으로부터 마구 가져오면 된다는 욕망을 반성하고, 인간의 욕망의 부피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정치적 담론은 ‘발전과 개발의 논리’에 머물러 있으니 두렵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즈음, 민생정치를 부르짖으며 내건 공약을 보면 아직도 욕망 부풀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우리 주변이 철저히 파괴되고 있는데, 아직도 개발을 계속해야 하는가. 지구의 종말이 눈앞에 있는데 더 ‘발전’해야 하는가. 아직도 ‘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내걸고 있는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가. 관광객이 넘쳐나서 ‘오버 투어리즘’의 문제가 거론되는데, ‘제2공항 건설’과 ‘관광 활성화’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가 되었다. 그런 시대정신을 우려하면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조망해 본다.

첫째, 발전과 개발의 논리를 이제는 내려놓자. “제주와 같이 아름다운 섬이 우리나라에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던 내 친구가 작년에 제주에 와서 “이제 제주를 떠올리면 가슴 아프다. 이토록 처참하게 개발할 수 있니?”라는 말을 던지고 떠났다. 앞 시대 도지사이건 현 도지사도 문제고 개발 공약을 부끄럼 없이 내건 미래의 도지사도 걱정스럽다. 이런 천박한 정치권을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꾸짖어 주어야 한다.

둘째, 환경을 중시하고 ‘세계 환경의 수도’의 구호를 살려 나가자. 욕망구조와 파괴 속도를 감안할 때 지구의 멸망은 70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말을 실감한다. 제주의 자연환경도 지구의 파괴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도 지하수 수위도 평균 10미터 이상 감소하여 물 부족 지역이 될 우려, 하수 처리 포화상태, 쓰레기가 과다하게 넘쳐나는 현상 등이 제주의 종말을 예감하게 한다. 이제 잘살기와 소득 증대 구호를 끝내자. 환경과 생태의 생존 조건을 우선으로 하는 지방정권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국제자유도시’의 구호를 이번에는 벗어던지자. 자본과 사람의 자유로운 넘나듦이라는 구호에 감추어진 음모를 우리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최근 해외 투자자본의 제주 투자도 시들해졌다. 자본이 오더라도 그것이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위협할 수 있다. 나쁜 자본이 들어오고 도박장 시설만 비대해질 수 있다. “이전에는 왜 그런 악질적인 카지노를 방치했냐?”(2015년 4월)고 묻던 도지사가 결국 대형 카지노를 용인하는 것을 보면서 국제자유도시의 폐기를 도민이 앞장설 수밖에 없음을 절실히 느낀다. 

자유도시는 진정 자유를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도박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제주도민의 자유자재함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향은 ‘치유와 힐링의 섬 제주’를 만드는 일이다. 한라산과 청정바다, 자연이 아직은 살아 있어 희망이다. 4.3의 집단학살이 빚은 상처를 잘 치유해낸 역량도 여기에 덧보탤 수 있다. 사람을 치유하고 ‘생명 평화의 정신’을 발신하는 섬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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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남춘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몇 년 전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청장으로 있을 때, 산림청장과 MOU를 맺어 백두대간의 춘양목을 잘 길러 150년 후에 문화재 복원을 위한 목재로 기증하자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들도 우리도 없게 될 150년 뒤를 염려하던 그들의 미래지향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된다. 우리도 100년 대계를 세우고, 100년 뒤의 제주를 염려해 보자. 100년 넘게 이어질 선거 공약을 기대한다. 한 후보의 ‘행복지수 높이기’ 공약 같은 차분하고 착한 공약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미래의 지도자들이 생명·공존·공동체를 중시했던 제주의 철학을 찾아내 미래 제주의 정신으로 삼길 기대한다. 100년 뒤를 걱정하면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 이제 우리의 평상시 인사말이 “백년 뒤 제주”로, 우리의 건배사가 “백년 뒤 제주를 위하여”로 정착되면 좋겠다. / 허남춘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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