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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이 제주아트센터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제공=제보자. ⓒ제주의소리

"궂은 날씨에 정말 속상", 공무원-센터 직원 말 엇갈려 "이참에 출연진 식사 공간 마련해야”

제주아트센터 대관 공연에 참여했던 어린이 합창단 단원들이 센터 지하 주차장 계단에서 식사하는 측은한 광경이 연출됐다. 아트센터 측은 “밥 먹을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안내했고, 여건 상 다른 공연팀들도 종종 야외에서 식사를 한다”고 해명했지만, 어린이 합창단 측은 “실내 공간을 안내 받지 못해 궂은 날씨에 지하 계단에 앉아 먹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공연은 지난 14일 오후 4시 아트센터에서 제주도가 주최한 특별 합창 공연. 제주어 노래로 활동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은 이날 공연을 주관하면서 해녀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 단원 30여명과 이들은 인솔한 관계자, 부모 10여명은 점심 시간에 미리 준비한 초밥 도시락을 지하 주차장 입구 계단에서 먹어야 했다. 

합창단은 아트센터 건물 안에서 식사할 수 있게 아트센터 직원에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트센터의 내부 운영규정에 따르면 실내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다만, 인근에 마땅한 식당이 없는 점을 고려해, 공연 출연진이 요청하면 지하 1층 경비실 맞은 편 회의실을 편의상 제공하고 있다.

당시 합창단은 마땅한 식사 장소를 구하지 못하자 공연을 주최한 제주도 담당부서 직원 K씨를 통해 아트센터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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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이 제주아트센터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제공=제보자.

K씨는 “제라진합창단에서 점심식사 할 공간이 없다고 해서 아트센터 직원과 이 문제로 전화 통화를 했다. 분장실이나 1층 로비 구석에서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안 된다고 답했다”며 “아트센터 직원이 지하주차장 통로 쪽을 안내해서 나도 합창단에게 그 장소를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반면 당시 K씨와 통화한 아트센터 직원은 “건물 지하 1층 회의실이 있는데 그곳이라도 괜찮다면, 경비실에 이야기를 해둘 테니 사용해도 좋다고 안내했다. 다만 30명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전부 들어가는 건 어렵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씨의 입장은 다르다. K씨는 “아트센터 직원에게 회의실이란 설명은 듣지 못했다. 실내에서는 먹을 수 없다고만 해서 야외로 안내 받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당시 어린이 단원들과 함께 있던 합창단 관계자 L씨는 “날씨도 흐린데다 지하 주차장 계단 입구가 바람도 세게 들어오는 공간이라서 도시락이 바람에 날리기도 했다. 어른들이야 넘어간다고 해도 어린 아이들까지 이런 곳에서 밥을 먹게 해서 정말 속상했다. 어른들은 어린이를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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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이 제주아트센터 지하주차장 계단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제공=제보자.

이와 관련 아트센터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1036석으로 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실내 공연장이지만, 출연자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 조례와 시행규칙은 있지만 세세한 운영 규정은 정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식사가 가능한 지하 1층 회의실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마련한 임시 공간이다. 가까운 식당이라고는 한라도서관 식당이 전부여서, 이번 제라진합창단처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야외에서 먹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아트센터 직원들이 식사하는 공간은 있지만 출연진 전체가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좌무경 아트센터 소장은 “불편을 느꼈을 제라진합창단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출연진 식사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다.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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