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가 진행중인 '찾아가는 4.3청소년 아카데미'는 미래세대에게 평화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토크큰서트입니다. 지난 달 30일 제주중앙여고에서 열린 첫 번째 아카데미에 참석한 학생들이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4.3을 다시보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4.3의 전국화, 세계화에 대한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고]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2학년 박수현

나는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정말 많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위인전이나 역사 관련 드라마 또는 영화를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됐다.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뿐 아니라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역사에 대해 더 자세하고 깊게 알아가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할머니께서 4.3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조금 오래전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4.3 당시 지금 내 나이였던 할머니가 군인과 경찰들을 피해 도망을 다니면서 겪었던 일들을 말씀해주셨다. 어린 나이에 그 무서운 현실을 맞닥뜨렸을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고 아직도 그 상처를 가지고 계신 모습에 안쓰럽기도 했다. 그 이후 나는 점점 자라면서 4.3이 정확히 어떤 사건인지, 무슨 이유로 할머니와 같은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피해를 입어야 했는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하는 교육만으로는 그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 <지슬>을 찾아보게 됐고, 그 시대 사람들의 고통과 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참혹한 현실과 상황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중, 이번 김종민 선생님의 4.3 70주년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참여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그 전보다는 좀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4.3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보게 됐다. 4.3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1947년 3.1절 발포사건부터 한라산 금족지역이 해제된 1954년 9월까지 무려 7년 간 제주도민들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당한 이 사건을 오랜 시간동안 외면하며 침묵을 강요했다. 4.3을 연구하고 입에 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요청으로 2000년 1월 12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됐고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렇게 4.3에 대하여 조사하고 보니 내가 제주도민으로서 4.3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김종민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4.3은 미국과 소련이 우리나라를 분할 점령하고, 미군정이 친일파를 다시 등용하게 되면서 부패가 심해졌고, 같은 민족끼리 탄압을 하게 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김종민 선생님의 말씀대로 4.3은 평화, 통일,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상징으로 기억될 것 같다. 평화와 인권이 완전히 무시된 채 일어나게 된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항상 간직하고, 그 시대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기억하며 참혹한 현실을 극복하고 다시 제주를 아름다운 섬으로 복원시키고 현재 우리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종민 선생님께서 ‘4.3을 위해 청소년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4.3을 아는 것’이라는 답변을 해주셨다. 이 말처럼 역사를 기억하고 알아야만 앞으로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우리 앞에 주어진 고난을 현명한 방법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이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교육’이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꿈이 역사교사인 만큼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후 학생들에게 4.3의 진실을 알리며 역사를 아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살아갈지에 대해 가르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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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중앙여고 박수현. ⓒ 제주의소리

이번 김종민 선생님의 강연과 토크 콘서트를 통해 4.3의 진실과 그 역사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제주 4.3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정말 좋았다. 또한 내 꿈을 좀 더 확고히 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앞으로도 제주 4.3에 대해 지금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희생되신 분들을 기억하며 살아가야겠다. / 제주중앙여고 2학년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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