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부 이야기'로 제주연극제 최우수 뽑혀

   
 
 
전국 연극제 제주도 예선대회에서 극단 세이레의 '늙은 부부 이야기'가 최우수상을 받고 전국대회에 제주도 대표로 참가한다.

극단 세이레의 ‘늙은 부부 이야기’가 지난 10일-13일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한국연극협회제주도지회 주최로 나흘간 열린 제15회 제주연극제 및 전국 연극제 예선대회 결과 4편의 경연작 가운데 ‘늙은 부부 이야기’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따라서 오는 10월 수원에서 열리는 제24회 전국연극제에 제주대표팀 출전 티켓을 자동으로 확보했다.

극단 세이레(대표 강상훈)의 '늙은 부부 이야기'(위성신 작·정민자 연출)는 황혼에 접어든 노인의 사랑 이야기를 잔잔히 그린 작품. 박동만과 이점순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려낸 2인극으로 연출을 맡은 정민자씨는 할머니 이점순역으로 열연해  여자 연기자상을 받았다.

박동만 할아버지는 살 곳을 찾다가 생활광고지를 보고 이점순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로 옥신각신 다투지만 결국 서로 의지해가며 살아가던 중 할머니에게 불치병이 찾아온다. 영원한 화두인 '사랑'을 두 노인의 일상과 섞어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관객에게 긴 여운을 주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수작으로 꼽혔다.

우수상은 극단 가람의 '오장환과 이성복이 만나면'이 받았다.

한편 극단 세이레를 포함해 가람, 극단 이어도의 ‘마지막 울림’, 극단 정낭의 ‘강신무’ 등 4편이 참가한 이번 제주연극제에서는 개인상 부문 남·여 연기자상에 극단 가람의 이화씨와 세이레의 정민자씨가 각각 수상했다.

또 연출상은 극단 가람의 이광후, 미술상은 극단 이어도의 김창수, 스텝상은 극단 정낭의 이선희씨가 각각 받았다.

<연출의 변>

‘늙은 부부 이야기’의 내용은 1980년대 단편소설을 기억나게 한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감성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섞어 평범하게 그렸다 싶은데 어느새 독자(관객)는 평안한 카타르시스가 조용히 자신을 침범한 것을 깨닫는다.

 ‘늙은 부부 이야기’는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언젠가 거쳐가야 할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 것이다.

죽음에 다가가면 갈수록 외로움에 두려워하며 눈물짓는 할아버지와 이미 자신의 친구처럼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앙상블은 관객의 감탄의 중얼거림을 읊조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할머니를 업고 동네를 돌아다니기 위해 문을 나서기 전, 할머니가 뒤를 쳐다보며 마루를 훑어보는 모습은 정말 생을 마무리하는 애틋한 감정이 느껴져서. 하여튼 후반에서 보이는 구 널찍하고 슬픈 추억이 맴도는 두 노인네의 등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공연장에 불이 켜져도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젊은이는 내 부모님의 등 같아 애처롭고, 나이든 이는 내가 겪어야 할 등 같아 친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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