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0. 남바람꽃 <Anemone flaccida F.Schmit> -미나리아재비과-

제주의 4월, 축제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벚꽃 잔치로부터 유채꽃에 가파도 청보리축제가 이어지고, 들판에는 고사리축제가 곧 이어지겠지요. 들판에 고사리를 찾아 떠나는 이들의 차량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24절기의 하나인 '곡우'(4월 20일) 즈음에 피어나는 남바람꽃으로 <제주의소리> 독자분들께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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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2006년 제주도 중산간 일대 목장에서 발견되어 미기록종으로 발표되었고, 국내에서는 전남,경남의 일부 지역에서도 자생한다고 하는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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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그러나 1942년 전남 구례 지역에서 식물학자인 박만규 선생(1906~1977)에 의해 이미 소개된 식물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박만규 선생의 1949년 《우리나라의 식물명고》에 따르면 이 식물을 또 ‘봉성바람꽃’이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또, 1974년 《한국쌍자엽식물지》에는 ‘남방바람꽃’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지금으로 말하면 개명을 여러 번 한 식물입니다. 다시 이 식물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남바람꽃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름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식물인 셈이죠. 현재는 남바람꽃으로 부르는 식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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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바람꽃은 18종 정도라고 합니다. 학자, 분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제주에서는 4종의 바람꽃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피어나는데, 겨울의 한파 속에서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을 필두로 꿩의바람꽃을 지나 이 남바람꽃이 피어나지요. 그리고 남바람꽃이 지고 나면 세바람꽃이 피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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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남부 지방 몇 곳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키는 커봐야 어른의 무릎 정도로 자라며 잎은 둥근 심장형이지만 세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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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뿌리에서 올라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줄기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없습니다. 잎 앞면에는 희미한 무늬를 가지고 있습니다. 줄기 끝에는 다시 3장의 꽃싸개 잎이 모여 나고, 그 가운데에서 1~3개의 꽃대가 나와 한송이씩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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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꽃잎은 여느 바람꽃과 같이 퇴화되어 없어지고, 꽃받침잎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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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그런데 꽃받침잎 뒷면이 앞면과는 달리 분홍색입니다. 육지의 남바람꽃보다 제주의 남바람꽃이 더 연하게 나타납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식물 애호가나 식물을 담는 작가들은 이러한 모습 때문인지 남바람꽃을 '뒤태가 아름다운 야생화'라고 애칭합니다.

야생화 시인으로 잘 알려진 유유님의 시에서도 이 남바람꽃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연지곤지 남바람꽃

유유
 
가마 타고 가는 바람꽃의 무게야
바람처럼 가벼울까
 
볼 바른 연지 분가루 바람에 흩날리면
조금씩 더 가벼워질 수 있어
가마꾼들의 흥겨운 콧노래 길어지고
 
시집가는 남녘 새색시
남풍 따라 동산 넘어가는 길
 
설레임과 허전함의 삼차원에서
고향 돌아보는 눈시울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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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남바람꽃의 꽃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꽃 뒷모습이 이뻐서인지 '천진난만한 여인'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이 절정으로 가는 시기에 피어나는 남바람꽃의 향기를 <제주의소리>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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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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