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총회 불참, '대국민담화' 발표…'조용한 복귀' 구상 때문인 듯

노무현 대통령의 '제주 첫 공식무대 복귀'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오는 14일 오전 10시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노 대통령이 15일 제주에서 열리는 ADB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14일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다음날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탄핵 결정 당일에는 대변인을 통해 청와대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한 뒤 고 건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노 대통령이 공식적인 대외 업무를 제주에서 재개할 것이란 기대는 무산됐다. 노 대통령 방문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제주도로선 행사의 격을 한단계 높일수 있는 호기를 놓친 셈이다.

노 대통령의 ADB 총회 불참은 노 대통령 자신의 이른바 '조용한 복귀' 구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마자 공식무대에 나타날 경우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탄핵 결정이 나기 전에 총회 참석 의사를 공표할 경우 '헌재 압박'으로 비쳐질수 있다는 점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주변에선 ADB 총회가 우리나라 최대 현안이기도 한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란 점을 들어, 노 대통령에게 총회 참석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 대통령 자신은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청와대는 이미 지난 10일 이같은 대통령의 의중을 ADB 총회 주관부처인 재경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ADB총회 말고도 두 차례나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탄핵으로 제주방문이 무산된 바 있다.

지난 3월29일부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특별총회 및 세계환경장관회의에도 당초 노 대통령의 참석이 예정돼 있었고, 4월18일부터 열린 제53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도 대통령의 개막연설이 준비돼 있었으나 탄핵으로 불발에 그쳤다.

노 대통령은 ADB 총회에 참석, 정부의 경제 정책 구상 등을 밝힘으로써 한국의 대외 신인도 제고를 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제주도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해, 노 대통령의 제주방문에 대비해 영접 계획을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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