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시인.jpg
▲ 김경훈 시인.
공항을 지어라
시인 김경훈

내 몸 위에 지어라.
나의 배를 가르고
나의 피를 뽑아내서 그걸로 반죽을 해라.
나의 살을 도래내서 그걸로 미장을 해라.
나의 뼈를 추려내서 그걸로 기둥을 세워라.

그리하여
나의 무덤 위에 공항을 지어라.

모든 권력은 이렇게
국민들의 고통 속에서만 지속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공항을 지어라.
조상들 대대로 이어온 영혼의 안식처

그 무덤들 위에 포클레인 삽날을 꽂아라.
그러면 우리는
깃발 대신 죽창을 들 것이다.
성산읍 일대에 자존의 울타리를 치고
원천봉새 원천 차단할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들어오는
이 군사주의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강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4.3을 말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반복되는 이 광견병 같은
국가폭력의 구조에 대해
이 불치의 전염병 같은 권력과 자본의 야합에 대해
천둥과 벼락의 정의의 불로써 응징할 것이다.

그러니 공항을 지어라.
설문대할망 그 모성을 도려내고
한라영산 그 신성을 파괴하고
자기의 땅에서 집단 유배된 학살터 위에
폐허의 공항을 지어라.

2018.4.23.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