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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제주에 터를 잡아 가톨릭 선교와 주민 자립의 기적을 일궈 낸 푸른 눈의 ‘돼지 신부’ 임피제(맥그린치. P.J Mcglinchey) 신부가 눈을 감았다. 향년 90세다.

맥그린치 신부는 이달초 건강이 악화돼 심근경색과 신부전증으로 제주시내 모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23일 오후 6시27분 운명을 달리했다.

1928년 아일랜드 레터켄에서 태어난 맥그린치는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한국전쟁 막바지인 1953년 부산에 왔다. 이듬해 제주시 한림본당에 부임하며 제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독한 가난을 목격한 맥그린치는 척박한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목축을 통한 주민들의 자립을 도왔다. 당시 한국나이는 27세였다.

1950년대 맥그린치 신부는 경기도로 수행을 떠나 돌아오는 길에 요크셔 돼지 한 마리를 챙겼다. 인천에서 목포까지 기차로 암퇘지를 끌고 결국 배까지 태워 제주로 향했다.

성당에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등장하자 난리가 났다. 맥그린치는 새끼를 주민들에게 주며 목축을 도왔다. 훗날 이 돼지는 제주 양돈산업의 시발점이 된다.

1960년대 농촌자립사업으로 성이시돌목장을 설립했다. 선진 축산업 기술을 도입하면서 황무지는 거대한 목초지로 변했다.

맥그린치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병원과 경로당, 요양원, 유치원, 노인대학 등 복지시설을 운영했다. 제주 최초의 지역신용협동조합과 가축은행도 연이어 기획했다.

목장은 형편이 어렵던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는 각종 사회복지사업을 이끌며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공헌했다.

1970년 개원한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현재 호스피스로 운영되며 오갈 곳 없는 어르신과 말기 암 환자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마저 무료로 운영되며 약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맥그린치는 이 같은 공로로 인정 받아 2014년 자랑스러운 제주인으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상으로 받았다. 모국인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한림성당에 고인의 빈소를 마련하고 27일(금) 오전 10시 제주시 한림읍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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