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켈 UN대학총장 "인류 전체에 수혜를 줄 수 있어야"로젠즈바이그 "세계화, 극빈곤층 탈출에 도움 못 줘"

▲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엔대학이 공동으로 마련한 글로벌 세미나 제주회의가 18일부터 22일까지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WTO체제하의 DDA와 FTA를 둘러싼 세계화 찬반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스 반 힌켈 유엔대학총장이 "세계화는 인류전체에 수혜를주는 것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에 밑바탕을 깐 미국을 비롯한 경제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화가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갈등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힌켈 유엔대학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약소국을 염두에 둔 세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힌켈 총장은 18일부터 22일까지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대학-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이삼열) 공동 주최 '글로벌 세미나 제주회의' 특별강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힌켈 총장은 "세계화, 지식기반화되고 있는 지구촌 사회는 다문화의 혼재속에서 제한된 자원의 고갈위기를 겪고 있으며,이는 갈수록 '가진자'와 '못가진자'간의 정치적 갈등을 유발시킬 것"이라며 세계화와 지식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 힌켈 유엔대 총장은 세계화는 '이기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전 인류예 수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힌켈 총장은 "앞으로의 세계는 ▲세계화 ▲지식중심사회 ▲다양성으로 야기되는 윤리와 가치의 충돌로 인해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한 범 지구적인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특히 세계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갈등과 혼란을 줄이고 서로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대화가 필요하며 '인류전체에 수혜를 주는 세계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와 협상은 '이기기 위한 시도'가 아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일방의 힘에 의해서 밀어부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대화는 그 자체가 중요하며,이 같은 대화의 기술은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한 힌켈 총장은 "교육과 대화를 통해 현존하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존경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융합의 과정을 이룩해 나감으로써 변화에 대한 합의를 모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평화를 얻는 과정은 '존재'를 알아가는 것과 상생해 나가는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국적은 네델란드이지만 팔레이시아에서 태어난 힌켈 총장은 한때 네덜란드에서 지질학과 역사학을 가르켰으며, 국제화·세계화에 관심을 가져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펼쳐 1997년에는 유엔사무 차장에 이어 현재는 도쿄에 있는 UN대학 총장으로 재직중이다.

무자파 박사 "군사·정치·경제적 헤게모니적 경향에서 벗어나는 게 세계화 첫걸음"

힌켈 총장에 이어 주제강연에 나선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NGO활동가인 찬드라 무자파 박사(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국제운동 대표)는 "세계화는 상호존중을 바탕에 둔 국가간,집단간 평등한 관계가 형성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소 '서국적 인권에서 보편적 인간 존엄성'을 부르짓으며 反미·反부시 운동에 앞장 서 온 무자파 박사는 "세계화는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지배적인 경향과 자율적인 경향을 동시에 지닌다"고 세계화의 두 경향에 초점을 맞췄다.

그에 따르면 지배적 경향의 세계화란, 자신들의 토착문화와 상반되는 외래의 세속적이고 퇴폐적인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강요받았을 때 일컫는다. 이는 종종 완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때에 따라서는 폭력을 불러오며, 정체성에 관한 관념을 배타적으로 보전하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반면, 자율적인 세계화는 문화와 종교간에 건설적인 연대화 상호작용의 기초가 된다. 이 경우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은 축복 속에서 오래 보존돼야 할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 문화와 종교에 대한 포괄적이고 보편적이며 협조적인 이해는 더 나아가 인류라는 보다 거대한 집단의 협력의 기초가 된다는 게 무자파 박사의 견해다.

무자파 박사는 "하지만 이같은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을 바탕에 둔 국가간, 집단간 평등한 과계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과학적, 문화적 해게모니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협력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헤게머니적 경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로운 세계화를 이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세미나 제주회의에는 세계화 국제화에 대한 세계적 석학과 한국, 중국,일본, 몽골 대학생 90여명이 참석했다.
로젠즈바이그 "세계화 이후 인도 근빈곤층 변화 없고, 도시-농어촌지역 격차만 더욱 벌어져"

마크 로젠즈바이그 미 예일대(경제학과) 교수는 '극빈층에 대한 세계화의 영향'이란 주제강연을 통해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은 상당히 다른 개념"임을 역설했다.

세계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던 1990년대부터 세계화는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의 부를 증대시켜 줄 수 있다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 미국 인구조사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65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하루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젠즈바이그 교수는 "단순 평균 소득의 증가를 의미하는 '경제성장'과 사회와 경제 전반적인 구조의 변화를 말하는 '경제발전'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면서 "세계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과 손해에 대한 보편적인 결론은 없다"고 말했다. 곧 세계화가 전 세계의 부를 증대시켜 줄 것이라는 견해는 실질적으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화가 극빈층에 미치는 영향을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로젠즈바이그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화의 영향으로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카스트제도가 서서히 붕괴되며 계급간 이동이 잦아지고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있지만, 실제 극빈곤층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도시 지역과 농어촌지역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세계화가 극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존하거나 혹은 존재해 왔던 전통적인 사회적 제도의 본래적 성질을 파악해야 하며, 다양하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세미나 제주회의에는 세계화·국제화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 10여명이 강사로 나서며, 한국과 중국, 일본, 몽골 등 세계 각지의 대학(원)생 90여명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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