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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제주4.3 항쟁 70주년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발표 현장. 제공=제주작가회의. ⓒ제주의소리

27~29일 4.3 70주년 전국문학인제주대회 성황리 개최..."남북 판문점 선언 적극 지지” 

한국작가회의가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는 4월 28일 제주시 한화리조트에서 가진 ‘제주4.3 항쟁 70주년 전국문학인 제주대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국작가회의는 “남북은 전쟁과 분단의 종결, 평화체제로의 명백한 전환을 선언하는 악수와 포옹의 당사자가 됐다. 이제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관용과 인내, 단호한 실천이 요구된다”며 “우리 작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는 “작가들에게 이 선언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05년 평양,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문학이 만났던 남북작가대회의 감격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이 기억을 기반으로 우리는 새로운 말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남북 공동어문학을 복원하고 창조적 상상력의 영토를 확장하여 통일시대의 문학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가올 미래를 기대했다.

70년을 맞는 제주4.3에 대한 각오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사월, 제주. 이제 우리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였다. 70년 전 제주는 분단의 모순을 온몸으로 거부한 항쟁의 섬이었다. 우리들은 오름마다 피워 올랐던 봉화를 기억한다”며 “그것은 몸을 불살라 피워낸 찬란한 발화(發火)였으며 불의 함성이었다. 그것은 야만의 시대에 새겨놓은 언어의 흔적들이었다”고 4.3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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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제주4.3 항쟁 70주년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발표 현장. 왼쪽부터 김동현 문학평론가, 홍경희 작가. 제공=제주작가회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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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형 제주작가회의 회장. 제공=제주작가회의. ⓒ제주의소리

한국작가회의는 “넘어설 수 없을 줄 알았다. 끝끝내 사라질 줄 알았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견고한 시대의 벽에 글자 하나를 새겨놓는 일이었다. 때로는 분노였고 때로는 통곡이었다. 나의 언어가 너의 언어를 불렀다”며 “나의 자음은 너의 모음이 되었고 너의 언어는 우리의 말이 되었다. 어둠의 벽을 가득 메웠던 말은 담쟁이처럼 끝내 벽을 넘었다. 제주에서, 여수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의 언어가, 바로 우리의 몸이었다”고 4.3문학을 비롯한 4.3진상규명 운동을 한국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이해했다. 

한국작가회의는 “혁명이 혁명을 멈추는 순간 혁명이 아니듯, 우리가 스스로 언어의 생장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언어는 소멸하고 말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언어가 새벽처럼 다가올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뿌리임을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고 다짐했다.

한편,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전국문학인제주대회는 전국에서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학원생 등 사전 등록 없이 현장 참석자들도 60명이 넘었다. 기조발제, 주제발표자들의 내용 역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깊이 있는 내용이라는 평가다.

행사를 주관한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이종형 회장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문학인들에게는 4.3의 역사적 의의와 함께 앞으로 4.3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알리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제주 문학인들은 대만 2.28, 베트남 전쟁 같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문학으로서의 연대가 가능했던 소중한 시간”이라고 총평했다.

특히 “역대 어느 문학인대회보다 진지한 학습의 장이 됐다고 자평한다. 4.3의 역사만이 아닌 한국의 현대사 역사까지 포함해 문학적으로 성찰했다”고 덧붙였다.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어김없이 꽃은 피고 다시, 사월이다. 일흔 해 전, 제주에서 죽어간 숱한 주검들은 차가운 땅 아래에서 봉인되어야만 했다. 죽음의 기억조차 망각을 강요받았던 시대가 있었다. 입은 있으되 말할 수 없었던 시절, 그렇게 언어의 신체를 얻지 못한 말들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억압의 겨울이 길어질수록 기억의 뿌리는 뜨겁고 충만하게 지하에서 단단하게 뻗어갔다. 그렇게 사월은 해마다 통곡으로 꽃을 피웠다. 

사월, 제주. 이제 우리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였다. 70년 전 제주는 분단의 모순을 온몸으로 거부한 항쟁의 섬이었다. 우리들은 오름마다 피워 올랐던 봉화를 기억한다. 그것은 몸을 불살라 피워낸 찬란한 발화(發火)였으며 불의 함성이었다. 그것은 야만의 시대에 새겨놓은 언어의 흔적들이었다. 

넘어설 수 없을 줄 알았다. 끝끝내 사라질 줄 알았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견고한 시대의 벽에 글자 하나를 새겨놓는 일이었다. 때로는 분노였고 때로는 통곡이었다. 나의 언어가 너의 언어를 불렀다. 나의 자음은 너의 모음이 되었고 너의 언어는 우리의 말이 되었다. 어둠의 벽을 가득 메웠던 말은 담쟁이처럼 끝내 벽을 넘었다. 제주에서, 여수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의 언어가, 바로 우리의 몸이었다.

사월, 판문점. 남북은 전쟁과 분단의 종결, 평화체제로의 명백한 전환을 선언하는 악수와 포옹의 당사자가 되었다. 이제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관용과 인내, 단호한 실천이 요구된다. 우리 작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 이 선언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05년 평양,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문학이 만났던 남북작가대회의 감격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을 기반으로 우리는 새로운 말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남북 공동어문학을 복원하고 창조적 상상력의 영토를 확장하여 통일시대의 문학을 준비할 것이다.     

혁명이 혁명을 멈추는 순간 혁명이 아니듯, 우리가 스스로 언어의 생장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언어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가 새벽처럼 다가올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뿌리임을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 

2018. 4.28 제주에서 
한국작가회의 전국문학인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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