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25만명 방문 명소 성읍리 ‘보롬왓’...“청년들 넘치는 제주농촌의 미래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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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메밀밭 '보롬왓' 전경. ⓒ 제주의소리

이번 주말,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광활한 메밀밭 ‘보롬왓’에서는 ‘바깥놀이축제’가 열린다. 어린이날인 5일, 애니메이션을 공연으로 풀어낸 ‘재즈어드벤처’, 연극 ‘똥새기’,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의 동화책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맥주&재즈공연, 메밀을 테마로 한 놀이터도 열린다.

축제기간 결혼식도 진행된다. 경제적 여건으로 식을 올리지 못하는 한 쌍의 커플을 추천받아 무료결혼식을 거행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으로 변해가는 결혼식을 자연 위에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바꾸려는 시도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 속에서 재즈 무대를 꾸밀 (사)더불어배움 소속 첼리스트 정희진, 트럼펫티스트 홍태훈, 피아니스트 민세정은 보롬왓의 가치와 지향에 공감해 재능기부로 이번 축제에 참가한다. (사)아름다운배움, 슬로시티, 제주도서관친구들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 동행을 결정했다.

보롬왓이 거쳐온 궤적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축제의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는 의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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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2010년 7월이었다. 제주의 농업현실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젊은 농부 4명이 뭉쳐 제주한울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땅을 매입해 33만m² 규모의 땅에 직접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면서 메밀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 있었다. ‘사업은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긴다’는 철칙이다. 사람 중심의 농업,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제주를 위한 시도였다. ‘보롬왓’이라는 이름 자체가 ‘바람 부는 제주의 밭’을 형상화한 말로 아름다운 제주 농업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이 담겼다.

고로쇠 초고속 저온 살균 기술 개발, 고로쇠 수액 일본시장 진출 등 작은 증거들을 쌓아갔고, 2014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6차산업 인증 업체로 선정됐다.

보롬왓은 제주가 메밀 생산량 전국 1위 지역임에도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작물을 재배하는 전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메밀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고급 가공식품들이 얹어진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었다.

2015년 ‘제주 보롬왓 메밀 축제’가 막을 올린 이유다. 해를 거듭하면서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트렌디함을 갖춘 축제로 명성을 얻게 됐다. 행정 보조금을 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기반을 만들어왔다는 점은 이 축제가 각별한 또 다른 이유다. 이제 보롬왓은 1년 25만명이 찾아 제주메밀을 느끼고 가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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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열린 보롬왓 메밀밭 축제의 모습. 이번 바깥놀이 축제에 이어 조만간 제4회 보롬왓 메밀밭 축제가 열린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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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메밀밭 '보롬왓' 전경. ⓒ 제주의소리

농업혁신사례로 소개되면서 타 지자체 공무원과 연구단체에서 매년 2000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보롬왓을 찾는다. 이들은 보롬왓을 만나고 간 뒤 “6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보고서를 적는다.

이제 29명으로 불어난 보롬왓의 조합원들은 지속가능한 제주농촌을 위해 또 다른 실험에 나선다.

이종인 제주한울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청년들이 농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전환해, 농가 일자리난 해소 등 제주 농촌에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며 “농업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전수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휴식과 회복이 있는 치유농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며 “보롬왓이 사람, 신뢰, 정직을 대표하는 세계적 농업 브랜드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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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롬왓은 넓고, 아직도 가꿀 곳이 많다. 메밀 외에도 제주의 대표적 농산물인 당근, 무, 양배추 등을 심어 4계절 향과 색이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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