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경선…선거인단 공정성도 의문

국민참여경선을 내건 열린우리당의 당 공천 후보 경선방식에 당 안팎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과거 일인 보스체제하에서 돈을 주고 공천권을 사는 하향식 공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후보 공천과정에서부터 후보의 자격심사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이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을 부추기고 경선과정에서부터 조직선거를 자초하고 있다는 불만이 경선후보 캠프 곳곳에서 일고 있다.

4.15총선 대변인 현길호씨 '탁상행정·돈 선거' 비난하며 열린우리당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멤버로 4.15총선 제주시·북제주군 을 경선에 참여하고, 도 선대본부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현길호씨(39·제주연구소 미래 소장)의 탈당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6.5 재·보궐선거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민참여경선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북제주군 제3 선거구원(조천·구좌·우도) 광역의회 열린우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현길호씨는 11일 현실을 무시한 제주도당의 탁상행정과 돈이 없으면 경선을 치를 수 없는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열린우리당 제주도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씨와 함께 공천을 신청한 고구봉(46·전 조천읍 이장단협의회장) 양은범씨(42·영인동물병원장)에 대해 완전국민경선을 치르기로 하고 경선 기탁금 각 800만원씩을 내도록 했다. 선거인단 450명 구성을 위한 여론조사비용과 홍보물 발송비, 진행요원 비용 등에 총 24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각 후보마다 800만원씩을 내도록 한 것이다.

현씨가 이날 열린우리당을 탈당함에 따라 고구봉 양은범씨는 1200만원씩의 경선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광역의원에 도전하는 현씨의 경선비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열린우리당은 제주도지사 경선후보 선거인단을 제주도 유권자의 1%(당헌상은 0.1% 이상)인 4000명으로 구성키로 하고, 4명의 후보에게 3000만원씩을 기탁금을 받았다. 총 1억2000만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당은 1억2000만원의 예산으로는 오는 16일 경선을 치를 수 없다는 계산 하에 각 후보로부터 500만원을 추가로 내도록 할 방침이다. 한 후보당 경선에 참여하는 공식비용만도 3500만원이 소요된다.

도지사·시장 경선, 후보당 4천만원~6천만원 있어야 경선참여 가능

여기에다 4000명의 선거인단에게 보내는 홍보물 제작과 경선캠프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제주도지사 경선후보 1인당 최소 6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각 후보진영은 밝히고 있다. 하루에 치러지는 경선을 위해 공식적인 선거관리비용만 1억4000만원, 각 후보진영의 비용까지 포함하면 2억40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고비용 경선이 셈이다.

또 7명이 경선에 참여하는 제주시장 후보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각 후보 당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도록 했다. 한 후보당 하루 치러지는 경선정치행사에 무려 1억500만원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도지사와 제주시장· 도의원 등 3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열린우리당 경선비용은 당 차원의 비용만도 3억6900만원, 그리고 각 후보진영에서 사용하는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그 액수는 6~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도지사 경선에 나서는 한 후보진영의 관계자는 "저비용 고효율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 '돈 경선'만 남게 됐다"고 촌평했다.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여론조사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선거인단 4000명만 고집…연령별 지역별 편차는 확대, 공정성 훼손 우려

제주도당 선관위는 도지사 경선선거인단을 4000명으로 정했다. 도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유권자의 1%가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선거인단 선출을 의뢰 받은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4000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선거인단을 2500~3000명으로 낮춰주든지, 기준연령을 40세에서 49세로 높이고  연령비율의 오차 범위를 10%에서 15%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선거인단 표본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간에 편차가 있고 또 20~30대가 낮에는 거의 집에 없어 이들의 연령비율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후보진영에서는 선거인단 구성의 객관성을 위해 연령비율은 맞춰야 한다며 4000명의 선거인단을 줄일 것을 요구했으나 도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4000명을 고수하는 대신 연령 오차범위를 15%로 확대키로 했다.

도당 선관위가 확정한 연령비율은 40세를 기준으로 40세 이하 47%, 41세 이상 53%로 하며, 오차범위를 플러스 마이너스 15%까지 허용키로 했다. 이 경우 오차 허용범위에 따라서는 선거인단이 40세 이하는 32%에 불과하고 41세 이상은 68%가 참여하게 돼 심각할 정도로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

송재호·진철훈 후보 진영, 도당 선관위에 공개질의

공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도당 선관위원회는 그러나 지역별 편차, 연령별 편차는 상관없이 선거인단 4000명만을 고수하고 있어 경선후보진영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송재호·진철훈 경선후보진영은 도당 선관위에 ▲선거인단을 4000명으로 고수하는 이유 ▲선거인단 4000명을 고수하기 위해 연령비율 오차를 중앙당이 권하는 플러스 마이너스 10%를 넘기면서 15%까지로 확대하는 이유 ▲선거인단 구성이 연령별, 지역별, 성별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그로 인해 왜곡된 선거인단 구성과 경선결과가 노정된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를 공개 질의했다.

이와 함께 도 당 선관위는 선거인단 명단을 공개할 경우 조직선거가 우려된다며 명단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선관위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5대 7  표결로 공개를 결정해 상당수 후보진영에서 세를 동원하는 조직적인 선거를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자격으로 도당 선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선관위원은 "국민참여경선의 원칙은 좋으나 지금의 제도 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면서 "모든 선거가 정부에서 비용을 대는 공영선거로 진행되는 마당에 국민참여경선이 돈이 없는 후보는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기막힌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제주도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기탁한 경선비용은 경선 후 남은 비용에 대해서는 각 후보들에게 균등하게 돌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주도지사 선거인단 규모는 당초 당에서는 1%가 아닌 0.5%(2000명)을 할 계획이었으나 후보간에 합의가 안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선관위에서 4000명으로 했으며, 이 역시 여론조사기관에서 숫자를 줄여 줄 것을 요구했으나 결국 후보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후보간에 합의가 안되는 것을 당이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느냐. 당 입장에서 2000명을 하더라도 공정성이 보장되는 만큼 비용을 줄이는 게 바람직 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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