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문학박사 <신화 비밀 코드> 출간..."당과 심방이 아닌 살아있는 신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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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문석 박사가 펴낸 <신화 비밀 코드>
제주를 흔히 '신들의 고향'이라고 한다. 제주 설화와 신화에는 1만8000여 신들이 제주에 있다.

천지왕 신화부터 설문대할망 신화까지 제주에 전해져 내로연 신화의 비밀을 풀어낸 <신화 비밀 코드>가 출간됐다.

송문석 문학박사가 <신화 비밀 코드>(푸른사상)를 출간했다. 송 박사는 제주도학생문화원 교육연구사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 <인지시학>(2005)과 <예술의 기호, 기호의 예술>(2006), <문사철 지능논술 Ⅰ, Ⅱ, Ⅲ>가 있다.

<신화 비밀 코드>는 천지왕 신화부터 설문대할앙 신화까지 제주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의 비밀을 인지시학적 방법으로 해석했다.

제주에 전해져 내려오는 천지왕 신화를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천지개벽의 창세신화로 파악했다. 그러나 <신화 비밀 코드>에서는 이 신화에 제주만의 문화를 접목한다.

신화는 역사를 따라 내려오며 변용되기 때문에, 그 변용된 부분을 해석하기 위해 문화라는 열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새로이 풀어낸 천지왕 신화에서는 가족관계, 죽음과 매장, 정착과 이동 생활에 관련된 제주의 문화가 드러난다.

<신화 비밀 코드>는 신화 속에 숨겨진 비밀 코드를 추적한다. 씩씩한 자청비가 등장하는 세경 신화는 농경 사회의 질서를 상징하고, 거인 설문대 할망 신화는 제주 사람들을 위한 생존 지도로 재해석된다.

제주 신화는 그저 흥미로운 텍스트가 아니라 제주의 생활 양식과 제주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단단히 결부되어 있는, 현재도 살아 숨쉬는 문화 요소임을 증명한다.

송 박사는 사회 변화와 함께 신화의 무대가 되었던 무속의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신들의 고향 제주가 위태롭다고 판단하고 있다.

송 박사는 "제주 공동체의 생활 의식을 규정했던 신화의 힘은 사회 변화와 함께 생활규범으로서 지위를 거의 상실했다"며 "신앙민이 떠나버린 무속, 삶과 유리된 신화, 그 속에서 1만 8000여 신들도 고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신화가 당이나 심방 등 무속에 있어서는 '살아 있는 신화'로 자리매김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송 박사는 "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의 위치를 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주문화의 정체성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다"며 "신의 좌정처는 어디일까.  당에만 머무는 신은 살아 있는 신이 아니다. 신앙민들의 가슴속에, 생활 속에 깃들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신이 되어 당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살아 있는 신화가 되려면 심방의 입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심방의 입에서 끝나는 신화는 생경한 제주어의 이해되지 않는 주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송 박사는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심방의 입에만 매달렸고, 혹, 고장난 레코드가 이상한 첨가음을 내거나 한 칸 건너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어떤 심방이 어떤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하면 새로운 원전(原典)을 발견한 듯 호들갑을 떠는 형국"이라며 "해석과 창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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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문석 박사(제주학생문화원 교육연구사)
살아있는 제주 신화를 위해 송 박사가 내놓은 것이 '인지시학'이다.

송 박사는 "채록을 넘어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일관된 해석 방법으로 풀어놓을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현대문학의 연구를 위해  정립했던 ‘인지시학’의 방법을 제주신화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인지시학’으로 풀어서 꺼낸 제주신화는 문자로 기록할 수 없었던 민중의 삶의 지혜, 아픔, 투쟁의 전언이었고 역사였다. 어떻게 삶을 이어왔는지, 삶을 이어오기 위해 어떤 질서와 제도가 필요했는지, 그 제도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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