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사 후보 경선 토론] 차분함속 사활 건 공방

오는 16일 열린우리당 지사후보 경선을 앞두고, 후보 4명의 현안 인식과 소신, 정책 등을 비교 검증해 볼 수 있는 정책토론회가 12일 마련됐다.

도내 언론사중 처음으로 KCTV제주방송과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김경택 오재윤 송재호 진철훈(기호순) 후보는 APEC 개최지 선정, 행정계층구조 개편 등 지역 현안과 각자의 '아킬레스건' 등에 대해 80분동안 공방을 벌였다.

토론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간간이 가시돋친 설전이 오갔고 상대를 자극하는 공격성 발언도 등장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후보들은 이미지에서부터 차별화를 시도했다.

송재호 "변해야 산다"

김경택 "강한 제주 건설"

오재윤 '행정 연속성' 강조

진철훈 "이제는 고향 봉사"


송재호 후보는 제주사회를 총체적 위기로 진단한 뒤 "도정이 도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도민이 도정을 걱정하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 산다"며 '젊음'과 '변화'를 무기로 내세웠다.

김경택 후보는 "지난 10여년 동안 도정은 대립과 갈등으로 지역경제가 저해됐다"며 "1년여간 정무부지사로서 1차산업과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행정경험을 살려 하나된 강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오재윤 후보는 "도정은 지금 도민이 선택한 민선지사가 임기 중간에 사퇴하는 사상초유의 공백사태를 맞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행정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나서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행정의 연속성을 중요시했다.

진철훈 후보는 '수도 서울에서의 행정경험'을 무기로 삼았다. 그는 "25년간 서울에서 광역행정을 펼치면서 월드컵 경기장과 도시계획 등 많은 일을 했다"며 "이제는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PEC   개최지 선정 공정성시비 '우회'

▲ 열린우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 정책토론회을 진행한 박상수 관광대 부학장.

후보들은 APEC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에 대해 대체적으로 말을 아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듯,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채 '미래'를 더 중시했다.

오재윤 후보는 "제주도가 제일 여건이 좋고 모든 면에서 유리했지만 심사위원들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국가적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에 배정된 통상장관회의와 재무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철훈 후보는 "선정과정을 지켜보면서 중앙 절충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도세가 약한 것을 실감했다. 다수 논리에 의한 로비도 목격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앞으로 치밀하게 준비해서 더 큰 대회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재호 후보는 "안타깝고 서운하지만, 서울을 제치고 부산과 끝까지 경합한 것은 자랑스런 점"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총체적 역량에서 지지않았나 생각하지만, 이번에 보여준 도민 참여와 통합의 열기를 희망의 제주로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후보는 "경호와 안전, 휴양지, 노하우 등 이점이 많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도민들께 죄송하다. 회의가 연기되면서 정치적 논리가 개입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앞으로 더 나은 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유감의 뜻과 다짐을 동시에 표명했다.

김경택 "사장없는 제주호, 부사장이 이끌어야"

오재윤 "'대리전'은 파벌주의 시절에나 나오는 말"

송재호 "대학 교수도 사회발전에 적극 참여해야"

진철훈 "공무원 시작할 때부터 '고향헌신' 꿈"


개별질문은 각 후보가 가장 곤혹스러울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던져졌다. 이에대해 후보들은 저마다 독특한 논리로 부담스런 시선을 피해갔다.

▲ 김경택 후보.
김경택 후보에겐 도지사 낙마에 따른 동반책임 대신, 정무부지사란 직위를 '입신양명'의 기회로 삼는다는 지적이 질문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김 후보는 "임기가 끝나면 학교에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면서 조용히 살 생각이었지만 사상 초유의 도정 공백사태가 발생해 심사숙고했다"며 "사장 유고상태인 제주호를 안정적으로 끌어가려면 부사장이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대응했다.

오재윤 후보는 우근민 전 지사의 '대리인' 또는 '우심'(禹心)의 혜택을 본다는 지적과 맞닥뜨렸다.

이에대해 오 후보는 "과거 파벌주의 시절에나 나옴직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우근민 전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 두 분을 다 모셨고 그들 모두 나를 아껴주고 인정했다. 나름대로 참신한 비전을 갖고있다"고 반박했다.

송재호 후보는 낙선해도 교수직을 유지할수 있는 '색다른 신분'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송후보는 "종전의 패러다임은 자기 본분 만을 잘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해선 변화를 이룰수 없다. 각계각층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으면 제주가 발전할 수 없다"며 "대학교수도 적극적으로 사회발전에 참여해야 한다"고 시대가 변했음을 강조했다.

▲ 진철훈 후보.

진철훈 후보는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직면했다. 사전선거운동이란 다름아니라,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일찌감치 도지사 재선거에 공을 들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진 후보는 이에대해 "한달에 두 번 정도 고향을 방문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민생투어였다"며 "지난 79년 공무원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열심히 훈련하면 (나중에)고향에서 헌신할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했다"고 도지사 출마가 오랜 꿈이었음을 시사했다.

김경택-오재윤 '이심전심' ?

송재호-김경택 '동병상련' ?


상호토론에선 비교적 민감한 부분이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때문인지 김경택 후보와 오재윤 후보간에는 공방이 벌어지지 않았고, 신분이 같은 김경택 후보와 송재호 후보간에는 칭찬이 오가기도 했다. 오재윤 후보는 가장 공격적 전술을 구사했다.

맨먼저 주도권을 쥔 송재호 후보는 오재윤 후보에게 "공무원 줄세우기, 행정공백 차단이 가장 시급한 도정 현안인데 이런 부분에 먼저 신경써야 하지 않느냐"고 출마 이유를 물었다.

오재윤 후보는 "공무원은 공무원법에 엄연히 중립을 지키도록 규정됐다"며 "지금과 같은 공백사태에는 누구보다 도정과 지역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도백이 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송 후보는 오 후보가 "도지사가 바뀌면 도정이 중단된다"고 한 기자회견을 내용을 문제삼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매우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몰아부쳤고, 오 후보는 "2년밖에 남지않았는데 도정을 모르는 사람이 맡으면 업무파악에만 1, 2년이 걸린다"고 받아쳤다.

이에대해 송 후보는 "도지사, 대통령이 바뀐다고 도정이나 헌정이 중단되진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송재호 "도지사 바뀌면 도정 중단된다고?...쿠데타적 발상"

김경택 "낙마가정, 주도면밀하게 출마 준비...비애 느껴"

송 후보는 김경택 후보가 'CEO적 경영능력'을 내세운 것에 대해선 설명기회를 줬다.

바통을 넘겨받은 김경택 후보는 진철훈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김 후보는 진 후보에게 우 전 지사와의 관계를 묻고는 그로부터 "가까운 사이"라는 대답을 유도한 뒤, 낙마한 우 전 지사에 대한 '예우' 문제를 꺼내 들었다.

김 후보는 "우 전 지사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낙마를 가정하고 출마를 위해 제주를 부단히 드나들면서 주도면밀하게 주소지도 몇 달전에 옮기는등 남의 불행을 자기 이익으로 만드려 한 것에 대해 비애를 느꼈다"며 "2년을 기다렸다가 예우를 갖춘 뒤 출마해도 늦지않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진 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출마를 고민했다.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받아친 뒤 "2006년에 여건이 되면 출마하려 했는데 중간에 불행한 사태로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응수했다.

김 후보는 이번에는 "고향에 봉사하기 위해 내려왔다지만, 오히려 서울에서 더 높은 자리에서 봉사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진 후보는 "'중앙에서 열심히 훈련받아서 고향에서 봉사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간 것 뿐"이라고 대응했다.

오재윤 후보는 송재호 후보와 진철훈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오재윤, 송재호-진철훈 후보 동시 겨냥

진철훈, 시종일관 얌전한(?)  태도 유지

▲ 오재윤 후보.


오 후보는 송 후보의 국제자유도시 육성 공약과 내국인중심 관광지 육성 공약이 모순된게 아니냐고 따졌다.

송 후보가 "국제자유도시는 장기적인 제주의 미래 비전이지, 당장은 내국인중심 관광지로 빨리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대답하자 오 후보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동시에 유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어 진철훈 후보의 '해안도로 경전철 가설 검토' 공약을 파고들었다. 20년전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 교통개발연구원 및 철도청의 분석 결과를 들이밀었다.

이에대해 진 후보는 "장기계획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지금은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고, 논란이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받아쳤다.

마지막으로 5분의 주도권이 주어진 진철훈 후보는 오재윤 후보에게 "행정의 일관성도 좋지만, 잔여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다"며 비전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오 후보는 "'환경자산의 시대' '폭넓은 국제연대 구축' '참여와 화합의 시대' 3대 비전에 따른 10가지 정책을 내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대답했으나 진 후보는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오히려 오 후보가 진 후보의 '북군 뉴타운 건설' 공약에 대해 되묻고 진 후보가 이에대해 대답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종일관 얌전한 태도를 취한 진 후보는 김경택 후보에게 "경선에게 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향후 거취를 물었고, 김 후보는 "조용히 학교로 돌아가서 후학을 양성하겠다. 다시 (출마)할 의향이 없다"고 선언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4인4색'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견해는 다양했다.

오재윤 후보는 지금의 체제가 '고비용 저효율'이란 점을 지적하면서도 "주민 투표에 부쳐 결정해야 한다"고 종전 제주도 입장을 재확인했다.

진철훈 후보는 "대외적인 '제주브랜드'를 특별시로 하면서, 내내적으로는 소규모의 자치구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특별시에 무게를 뒀다.

▲ 송재호 후보.

송재호 후보는 "제주도 하나에 4개구를 두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며 "여론수렴이 더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택 후보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도민에게 가감없이 공개하고 9월에 주민투표 에 부친후 결정된 방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원칙론을 폈다.

오재윤 "공직자 주소이전, 합당한가"


두 번째 상호토론에선 다시 공방이 불붙었다.

오재윤 후보는 진철훈 후보에게 똑같은 직급(2급 이사관)이지만 자신은 기획실장으로서 모든 분야를 관장했고, 진 후보는 개발위주의 행정에 치중했다며 '종합행정'을 맡기가 벅차지 않겠느냐고 은근히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진 후보가 "개발과 보전의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고 대답하자, 오 후보는 화살을 송재호 후보에게 돌려 20개 관광지구를 4개 권역으로 재조정하겠다는 송 후보의 공약을 꺼내든 뒤 "20개 지구로 늘린 것은 신구범 전 지사 시절 송 후보가 정책보좌관으로 있을 때가 아니냐"고 캐물었다.

송 후보는 "관광개발의 골간은 우지사 시절 확정됐고, 신 전 지사는 20개로 늘린 것 뿐이며, 내가 관여한 것도 아니"라며 "4개권역 조정은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오 후보는 "맞지 않은 말"이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오 후보는 다시 진철훈 후보에게 포문을 돌렸다. 진 후보가 지난해 10월 주민등록을 제주로 옮긴 것에 대해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닌지,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사인지를 따졌다.

진철훈 "주소는 본인 선택 가능...사고 열렸으면"

이에대해 진 후보는 "민법에선 주소에 대해 복수주의를 취하고 있고, 가족이나 재산 등을 고려해 본인이 선택이 가능하다"며 "서울시 직원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고가) 좀 열렸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진 후보는 이어 송재호 후보에게 "아까운 인재가 다른쪽으로 가는게 아니냐"며 행정가의 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송재호 후보는 "칭찬 고맙다"며 "도백은 행정관료도 좋지만 이론도 겸비해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진철훈 후보는 김경택 후보에게 북군 지역 인구 유입 방안에 대해, 오재윤 후보에게는 산남지역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책을 질문했다.

오재윤 후보가 "특목고나 사립고를 지을 때 자치단체 예산은 법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하자 진 후보는 "문제는 토지구입비"라며 "국·공유지는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모처럼 공세를 폈다.

   

 

송재호 "경전철은 개발위주 공약...패러다임 변했다"

송재호 후보는 김경택 후보에게 "자타가 공인하는 1차산업 전문가로서 지금의 농업 위기를 진단해달라"고 설명을 구했다.

김 후보로부터 "1차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송 후보는 진철훈 후보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그는 진 후보가 경전철과 뉴타운 건설 등 개발과 건설 위주의 공약을 내걸었다며 "70,80년대 패러다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 후보가 중앙인맥을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도 "너무 중앙지향적"이라며 "지방자치와 분권의 시대에 지역역량을 결집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진 후보는 개발을 하더라도 친환경적으로 하겠다며 "관광만큼은 제주가 중앙"이라고 '중앙의존적'이란 지적을 우회했다.

김경택 '송후보-신지사'연계 "왜 열린우리당이냐"


김경택 후보는 2차 상호토론에선 송재호 후보에 대해 공세를 집중했다.

김 후보는 송후보가 "도민에게 인사권을 이양하겠다"고 한 공약에 대해 인사의 공평성을 우려한뒤 송 후보가 "공무원들의 가장 큰 꿈이 승진인데 인사권을 도민에게 이양하면 공무원들이 도민에게 줄을 설것"이라고 대답하자 "인사도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받아쳤다.

이에대해 송 후보는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고 그것에 따라 평가하면 문제될게 없다"고 다시 응수했다.

김경택 후보는 잠시 진철훈 후보에게 감귤유통명령제에 대한 견해를 물은 뒤 다시 송재호 후보를 겨냥해 전문위원 시절 모셨던 신 전지사가 지방선거때 한나라당 후보였던 점을 들어 "왜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이냐"고 고삐를 당겼다.

거듭된 공세에 직면한 송교수는 "분명히 말하겠다"며 "신 전지사가 관선지사 시절에 내무부 공채로 제주도에 채용됐다.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억울하고 안타깝다"며 신 전지사와의 연계 시도를 강력히 경계했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토론회는 KCTV제주방송으로 생중계됐고, KCTV 및 '제주의소리' 홈페이지로도 실시간 중계됐다.

지사 후보 경선은 휴일인 16일 오후 3시 4000여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 가운데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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