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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인들이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초점] 난민 신청 급증에도 수용시설-지원 예산 열악...출입국·외국인청도 업무 부담 가중 

난민 문제가 제주 지역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제주 사회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제주에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은 869명. 지난달말 369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예멘인이 급증했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예멘인의 제주 난민 신청은 227명이었지만 보름 새 크게 늘어 479명이 됐다. 이런 추세라면 난민 신청자 수는 연내 1000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예멘은 종파 갈등으로 인한 내전을 겪고 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수니파 국가가 개입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1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300만 명 이상이 실향민이 됐다. 

이들이 제주로 대거 입국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12일 에어아시아 엑스가 제주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정기노선 운항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말레이시아에선 난민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지 못한다. 말레이시아는 난민협약에 가입된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예멘인들은 법적 체류자격을 얻기 위해 제주로 입국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사정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2018년 난민 생계비 지원 예산은 8억1705만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보다 2.2배 증가한(6213명) 난민 신청자를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난민을 수용하는 시설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난민수용시설은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가 전부다. 이마저 100명도 수용하지 못해 수천 명의 난민 신청자가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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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난민 수용시설은 없지만 제주평화외국인공동체(외국인공동체)라는 시민단체에서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외국인 이주민을 일부 수용하고 있다.

한용길 사무처장은 “난민 신청자가 여기에 온 이상 우리는 이들을 내쫓을 수 없다. 현재는 (예멘인 난민신청자 수가) 200명 수준이지만 (더 늘게 되면) 갈 곳 없는 난민을 수용할 인프라가 제주에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지원받는 예산으로 난민 만을 따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주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입장은 다르다.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제주도도 예멘 국적 난민신청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지원은 법무부와 함께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제주도가 독단으로 난민 업무를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제주도가 난민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기 보다는 예멘인 난민신청자의 급격한 증가 현상을 제주 사회가 처음 겪는 데서 오는 혼란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난민 신청자가 제주에 입국하면서 난민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를 증명하듯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은 입국 예멘인의 증가로 인한 업무 부담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난민 문제를 불구경하듯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의 난민구호 단체, 시민단체는 제주의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 현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신강협 소장은 지난 24일 피난처,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난민 문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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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신강협 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은 24일 피난처,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난민 문제를 논의했다. ⓒ제주의소리

신 소장은 “제주 난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많은 시민단체가)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교류로는 한계가 있다. 연대하는 방식으로 함께 만나 일관성 있게 (난민 문제를)논의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모이게 됐다”며 “내부적인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정리되면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쟁을 피해 제주를 찾은 예멘인의 생존문제가 달린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주도와 제주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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