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30년간 이어온 두 스승의 이야기


필자의 담임(6학년 2반)이셨던 조성신 선생님
일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교사의 체벌’ 동영상을 보며 흥분했던 적이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먹으며 한창 즐겁게 뛰놀아야 할 어린 초등학생이 ‘성적 때문에’ 귀싸대기를 무자비하게 맞는 장면을 보며 밥을 먹다가 저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밥알과 함께 튀어나오더군요.

“아이고,저런 ‘XXX’이 있나! 진짜 밥 맛 떨어지네!”

▲ 송현우 화백
밥을 함께 먹던 딸(7세)이 갸우뚱하며 묻더군요.
“아빠, XXX이 뭐야?”
딸 앞에서 터져나온 욕설 때문에 짐짓 당황했지만 멈출 수가 없겠더군요.

“아주 나아쁜 사람을 말할 때 그렇게 말하는 거야!”
“뭐가 나쁜데?”
“선생님이 공부 못한다고 애를 막 때렸어!”

딸아이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반문을 합니다.
“에이,선생님이 때리는 게 어딨냐? 선생님도 때리냐?”
이어지는 딸아이와의 대화입니다.

“때리는 선생님도 있다니깐! 좋은 선생님도 많지만 나쁜 선생님도 있어!”
“우리 선생님은 안 때리는데?”
“그래? 그럼 너네 선생님은 화나면 어떻게 하는데?”
“화만 내”
“그래? 그럼 선생님에게 사랑한다고 편지라도 써.”
“에이, 아빠가 써주라. 나 쑥스럽단 말야”
“음...좋아, 까짓거 내가 쓴다”

졸지에 딸아이의 심부름까지 떠맡게 됐지만, 그리고 아직까지 그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교사들의 체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0여 년 전인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두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합니다.

필자의 반(2반) 담임이셨던 조성신 선생님과 옆반(1반)배종철 선생님 두 분입니다.
한 학년이 달랑 두 개 반인 산골 초등학교에 첫 부임해 오신 두 총각 선생님은 정말 우리들을 ‘개 패듯’ 두들기셨습니다.
손바닥은 기본이고 발바닥,엉덩이 등 때리는 곳이나 방법도 참 다양했습니다.(아마 요즘 그랬다가는 난리가 나겠지요)

하지만 30여 년 가까이 우리 제자들은 두 선생님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제는 제자들과 함께 늙어 가시는 두 선생님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두 선생님도 제자를 만나는 날이면 ‘만사를 제치고’오십니다.
가정과 직장에 얽매일 ‘한창나이’인지라 1년에 한 번 겨우 볼까말까 한 ‘불알친구’들도 선생님을 모시는 날만큼은 바쁜 일정을 뒤로 미룹니다. 선생님들 두 분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동창들을 서로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가 돼주고 계십니다.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자식들의 존재처럼 말입니다.

필자의 담임이셨던 조성신 선생님께서 필자에게 부끄럽게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너희들을 매로 다스리려 했던 게 지금은 많이 후회된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잘 압니다. 선생님들께서 저희들을 비록 ‘개 패듯’때리셨지만 그 매 속에는 선생님들의 사랑이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필자가 백수로 전락하며 속앓이를 크게 할 때 ‘그래도 현우, 난 네가 자랑스럽다”며 이제는 자신보다 키가 커버린 제자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선생님의 품을 잊지 못합니다.

각설하옵고,얼마 전 두 분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이제 두 분 모두 교감선생님이 되셨습니다)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두 분 선생님이‘이번엔 우리가 사겠다’시며 ‘돼지 한 마리’값의 돈을 모아 필자에게 주셨습니다.

두 분 선생님이 마련한 이날 ‘잔칫상’에는 필자의 5학년 때 담임이셨던 양성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께서도 바쁜 일정 마다 않고 달려오셨습니다.(솔직히 양 교육감님과의 오랜만의 만남은 제주의 소리가 인연이 됐습니다)

제주 교육계의 수장이신 양 교육감께서는 이날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밥을 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일치된 결과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들의 과거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고향 후배들이기도한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 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옆 반 담임(6학년 1반)이시자,조성신 선생님의 '라이벌'이셨던 배종철 선생님.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두 분 선생님의 경쟁아닌 경쟁 때문에 저희들은 죽어났습니다.


'잔칫상'에 초대받고 흔쾌히 달려오신, 5학년 담임이었던 제주특별자치도 양성언 교육감님.


두 분 선생님이 마련한 '잔칫상'


"자 건배!"


"현우 너도 사진만 찍지말고 한잔 해라"


"이놈들이 사람을 감동시키네..."


"게민 잘들 놀암서(그러면 잘들 놀고 있어)
난 바빵 가사되크라(나는 바빠서 가야되겠다)"


선생님 두 분처럼 언제나 경쟁을 벌였던
1반과 2반의 '한 판 승부'가 다시 벌어집니다.


1차전은 윷놀이


'1반 놈들은 내가 상대해주마'
2반의 대표 선수. 공포의 '휘감아 돌리기'를 선보입니다.


언변이 워낙 좋아 '전국 자동차 판매왕'까지 거머쥐기도 했던 친구입니다.
(이 친구에게 걸리면 무조건 차를 사야 합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반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1반의 표정에서 이미 승패는 가려졌습니다.


큰소리 '뻥뻥'쳤던 친구는 결국 라면만 먹습니다.


2반의 '복수혈전'인 2차전은 족구입니다.


1차전 패배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조성신 선생님이 투혼을 발휘합니다.


'내가 저 배종철 선생에게 질 수야 있나'


아이구~!(방어에 급급한 1반 배종철 선생님)


어림없다!(종횡무진하는 2반 조성신 선생님)


그러나 젊은 시절 '한 운동'하며 명성을 날렸던 배종철 선생님.
비장의 무기인'학다리 권법'으로 공격에 나섭니다.


어~멀뚱 멀뚱


공이야 굴러라~~

어~이~ 또 멀뚱 멀뚱


아이구~!...'한족구'한다며 큰소리 뻥뻥쳤던 친구는 결국 헛다리를 짚습니다


에이~~! 혼자서 뛰면 뭘해.손발이 안맞는데...
(조성신 선생님...실망스런 표정이 역력)


이상하네,오늘따라....(좌절 모드)


'너 좀 맞아야 정신 차리겠다'는 친구. 대나무를 준비하고...


너도 좀 맞아야겠다!


'빠샤~~!'


어~쿠~쿠~쿠

매 한 대 맞고나서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車 판매왕.


이 친구의 혁혁한 활약으로 결국 족구에선 2반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또 한번의 승리를 예감했던 1반,
그러나 '학다리 권법의 소유자' 배선생님의 자세와 표정이 경기결과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날 1반과 2반은 1대1의 승패를 기록했습니다.
이후에 필자는 두 분 선생님을 자택으로 모셔갔기 때문에
이후의 결과는 알지 못합니다만,
아마도 '어느 한 쪽이 이길 때까지' 승부를 벌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먹다짐 주고받지 않았길 바랄 뿐입니다)

※ 이 기사는 도깨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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