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청 복지청소년과 강현수씨
응모 마감 늦게 도착, 심사 이월로 '장원' 영광

아홉살 딸아이를 둔 주부로 또 제주특별자치도의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틈틈이 시조 공부를 해온 열정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복지청소년과에 근무하고 있는 강현수씨(35)는 최근 중앙시조 백일장에서 장원을 거머쥐는 기쁨을 안았다.

지난 1993년부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강씨는 공직생활 뿐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또 틈틈이 시조 공부를 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 열정이 강씨에게 2006 중앙 시조 백일장에서 7월 장원이라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강씨가 매월 실시되는 중앙 시조 백일장에 응모한 것은 7월이 아닌 6월. 하지만 강씨의 원고는 응모마감일보다 늦게 도착, 심사가 이월돼 7월 응모작과 경쟁하게 됐다.

이런 뜻밖의 행운(?)이 강씨에게 믿기지 않는 장원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강씨는 장원 소식을 듣고 "지난달에 떨어졌는데요?"라고 반문했다. 이후 심사 이월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당선의 기쁨을 표현했다.

강씨는 당선소감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그 특별한 7월에 장원으로 당선돼서 더 큰 영광이고 기쁨"이라며 "앞으로도 고향 제주의 독특한 멋과 아픈 과거,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씨가 본격적으로 시조공부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시조모임 '정드리문학회'에 가입하면서 부터이다.

매주 금요일 동료들과 시조 공부를 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시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조에서는 자유시에서 느낄 수 없는 품격과 더 깊은 울림을 느낀다"는 강씨는 지난 2월 서귀포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시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용기를 얻어 중앙 시조 백일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첫 도전에서는 고배를 마셨고 두번째 도전에서는 장원의 영광을 안게 된 것.

장원 당선작은 강씨가 지난달 경북 청도를 여행할 때의 감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시적 자아를 상징하는 제주바다에서 놀던 바람이 헐티재 넘고 비슬산 넘어 우포늪도 가고 총도반시도 맛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시상전개와 노련함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늪물 뱉는 뻐꾸기

제주 바당 놀던 바람 헐티재 돌아들면
비슬산 능선 타고 청도가 거기 있다
한판 굿 잠시 멈췄나 감나무에 앉는다.

이 사랑을 벗어나야 나도 씨가 생길까
무심한 고백 같은 우포늪 저 뻐꾸기
초여름 갈맷빛 늪물, 한정 없이 뱉어낸다

꼭지째 말라버린 청도반시 그 맛은
서귀포 변두리 마을 훔쳐 먹던 절밥 같다
때 되면 뻐꾸기시계 얼핏 뵈는 저 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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