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 현장탐방 나선 애월고 학생들, 큰넓궤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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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4.3 현장탐방으로 동광리 큰넓궤를 찾은 애월고 학생들. 학생들이 굴 입구 인근에 새겨진 강덕환 시인의 시를 주제로 김종민 전 4.3 중앙위 전문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제주의소리

좁고 어두운 굴을 한참을 쭈그려 기어갔다. 숨막힘마저 느껴지는 낮은 천장 밑으로 수십미터를 지나가니 그제야 두 발로 설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잠시만 불을 꺼볼까요”

길잡이의 제안에 손전등이 하나 둘 꺼졌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70년 전 동광 주민들은 이 상태에서 40일간 버텼다’는 설명에 다시 한 번 동굴 안에 고요함이 흘렀다.

4.3 70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가 기획한 ‘찾아가는 4.3청소년 아카데미’에 참여한 제주시 애월고등학교 학생들은 9일 특별한 탐방에 나섰다. 진지동굴, 섯알오름 학살터, 백조일손지묘, 알뜨르비행장 그리고 동광리 큰넓궤까지 4.3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은 곳을 찾았다.

지난 4월 애월고에서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를 주제로 토크콘서트에 나섰던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과 4.3평화인권교육 전문가인 한상희 제주도교육청 장학사가 길잡이를 맡았다.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학생들은 직접 몸으로 느꼈다. 대형 예술작품들이 반기는 알뜨르비행장과 진지동굴에서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예비검속으로 학살당한 이들의 영혼이 묻힌 섯알오름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했다.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한 큰넓궤는 가장 극적인 울림을 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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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4.3 현장탐방에 나선 애월고 학생들이 동광리 큰넓궤 안을 통과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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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4.3 현장탐방에 나선 애월고 학생들이 동광리 큰넓궤 안을 통과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중간중간 엎드려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동굴은 1948년 겨울, 인근 주민들이 40일 넘게 피난생활을 했던 공간이다. 어렵사리 통과가 가능했던 이 용암동굴이 실은 그 당시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는 설명을 듣고 생각이 잠긴 학생들이 많았다. “여기서 어떻게...”라는 탄식도 나왔다.

한상희 장학사는 학생들에게 “4.3의 진실을 직면하되, 그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 공동체 속 시민의 역할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했으면 한다. 그래야 아픔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며 “4.3을 볼 때 진지함과 따뜻함을 겸비하고, 4.3이 여러분의 이야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애월고 미술과 2학년 신예주 양은 “그 때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고, 얼마나 힘들고 공포스러웠을 지 상상이 간다. 그 때 얼마나 힘이 들었을 지 느꼈다”며 “그림으로 표현할 때 4.3이라는 주제 만큼은 정말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해서,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애월고 학생들은 지난 4월 17일 김종민 전 전문위원과의 토크콘서트와 이번 답사에 이어 16일에는 <순이삼춘>으로 4.3을 세상에 알린 문학계 거목 현기영 작가와 만난다. 4.3 70주년을 맞아 진행되고 있는 ‘찾아가는 4.3청소년 아카데미’는 긴 호흡으로 청소년들이 4.3의 실체적 진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애월고 미술학도들이 얻은 경험과 성장의 결과물은 8월쯤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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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4.3 현장탐방에 나선 애월고 학생들이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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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4.3 현장탐방에 나선 애월고 학생들이 섯알오름에서 김종민 전 4.3중앙위 전문위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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