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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제38대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역대 총 8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4번째 무소속 후보의 당선 역사로 기록됐다. / 이미지 작업 = 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선택 제주6.13] 원희룡 무소속 당선, 역대 총 8번 도지사 선거 중 4번 ‘무소속’ 선택

4번째 무소속 제주도지사 당선이다. 지난 4월10일 바른미래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택한 원희룡 후보의 당선은 이번 6.13선거 전국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무소속 당선’이다. 원 당선인에게 무소속 출마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제주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은 특별한 역사다. 마치 경기에 출전한 스포츠 선수들이 승리를 위한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이나 행동을 말하는 ‘루틴(routine)’이 제주정가에선 곧 ‘무소속 출마’와 동일시되는 분위기다.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민선7기 제주도정을 이끌 제38대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원 후보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열풍을 예고했던 문대림 후보를 제쳐 박빙 예상을 깨고 일찌감치 당선이 결정됐다. 

원희룡 당선자가 17만8255표를 얻어 51.72%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2위 문대림 후보는 13만7901표로 40.01%를 차지했다. 원 당선자와는 4만354표차다.

역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도지사 당선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벌써 네 번째. 그래서 더 역설적이게도 제주에서의 무소속 당선 역사는 매우 ‘특별한’ 것이다. 

우선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의 첫 당선인부터 무소속이었다. 당시 신구범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제2회 동시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공천을 놓고 신구범·우근민 후보가 경쟁하다 신구범 후보가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우근민 전 지사가 임기 중 낙마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선된 김태환 전 지사는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전략공천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에 성공한다. 두 번째 무소속 도지사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선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한 우근민 전 지사의 성희롱 전력이 문제가 되면서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역시 당선됐다. 세 번째 무소속 도지사. 

당시 우근민 후보에 맞서 한나라당 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재도전한 현명관 후보는 선거기간 중 금품살포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탈당, 무소속 후보로 선거를 치러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결국 지금까지 총 8차례의 지방선거 중 2002년, 2004년(보궐선거), 2014년을 제외한 5번에 걸친 도지사 선거에 무소속 후보가 출마해 4명의 무소속 당선 역사를 쓰게 됐다. 

무소속 원희룡 후보는 1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일한 무소속 광역자치단체장 당선’ 결과와 ‘당선 후 당적을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 “선거과정에서 도민들과의 약속한 게 있다. 기존 정당에 들어가거나 기존 정치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도민만 바라보고 걸어가라는 뜻”이라며 “당장 정당에 입당하거나 하는 일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는 말로 ‘무소속 잔류’를 적극 시사했다.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다. 민주당 입당 얘기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개인적) 덕담으로 자꾸 얘기하니까 저도 (개인적으로) 답한 것”이라며 “정당정치라는 측면에선 외롭겠지만 무소속으로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어가겠다”면서 정당 입당에 거듭 선을 그었다. 다만, ‘도민이 원하면’이라는 전제가 뒤따랐다. 

국회의원을 지낸 유시민 작가도 이날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원 후보의 무소속 당선과 관련해 “제주도지사는 육지부 도지사와 달리 본토와 분리된 제주도라는 섬을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상대후보 보다 원 후보가 제주도 대표로서 더 적임자로 판단한 면이 커 보인다”고 말해 결국 정당보다 인물론에 무게를 뒀다고 평가했다. 

유 작가는 이어 “(원 당선자가) 바른미래당이나 자유한국당 소속으로는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제주 선거에서 이번에 도의회는 민주당 일색이고 무투표 당선자도 여럿 나왔다. 원 후보가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으로 가는 것은 힘들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도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원 후보는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이 둘 다 강하다. 그래서 원 후보는 외연을 넓히기 좋다. 그러나 제주도가 인구 70만이 채 안되는 작은 섬이다.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중앙정치 진출엔 부담이 더 커졌다. 향후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변호사는 또, “제주가 특별자치도이긴 하지만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은 곳인데 무소속 원희룡 당선자도 앞으로의 4년이라는 큰 숙제를 안은 것”이라면서 도지사로서, 정치인으로서 ‘무소속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 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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