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 애월고 학생들, 소설가 현기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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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애월고에서 열린 '찾아가는 4.3 청소년 아카데미'. 소설가 현기영이 4.3과 예술을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 제주의소리

소설가 현기영이 30년만에 다시 교단에 섰다. 마흔여덞 영어교사였던 그가 오랜만에 교실에서 청소년들과 마주해 예술과 4.3을 이야기했다.

<제주의소리>가 4.3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찾아가는 4.3 청소년 아카데미’를 위해 소설가 현기영이 16일 오전 제주를 찾았다.

창송미술교육관에서 애월고등학교 미술반 학생들과 마주한 그는 “여러분이 할 일이 정말 많다”며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되, 예술은 지역적으로 하라”고 말했다.

그는 “4.3을 주제로 한 좋은 그림이 전시되는 상설 미술관이 존재해야 하고, 또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 때 여러분의 그림이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4.3의 주는 생명의 존귀함과 인권의 소중함이라는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랙코미디 영화로 90년대 이탈리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언급했다.

그는 “유태인 학살과 같이 처참한 사건을 다룬 작품도 가볍고 코믹한 요소가 들어간다. 이것도 창작방법”이라며 “4.3을 다룰 때 비장하게만 그리지 말고 더 라이트(light)하고 유연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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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애월고에서 열린 '찾아가는 4.3 청소년 아카데미'. 소설가 현기영이 4.3과 예술을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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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애월고에서 열린 '찾아가는 4.3 청소년 아카데미'. 소설가 현기영이 4.3과 예술을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 제주의소리

4.3을 부디 잊지 말고 널리 알려달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미체험 세대인 여러분이 4.3을 소재로 작품을 한다는 것은 4.3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여러분이 계승하지 않으면 망각돼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는 ‘아우슈비츠보다 무서운 것은 인류가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적혀있다”며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이, 인류가 4.3을 잊어버리면 비극이 반복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생들은 현 소설가의 작품 속 이야기부터 작품활동의 방향성, 4.3이 오늘날 갖는 의미 등 다양한 종류의 질문을 던졌다. 현 소설가는 차분한 어투로 하나하나 물음에 답했다. 강연 후에도 질문행렬은 이어졌다.

4.3 70주년을 맞아 진행되고 있는 ‘찾아가는 4.3청소년 아카데미’는 긴 호흡으로 청소년들이 4.3의 실체적 진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4월 김종민 전 4.3중앙위 전문위원과의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동광리 큰넓궤 등 현장답사를 거쳤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애월고 미술학도들이 얻은 경험과 성장의 결과물은 8월쯤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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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애월고에서 열린 '찾아가는 4.3 청소년 아카데미'. 소설가 현기영이 4.3과 예술을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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