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말은 차고 넘치는데...

 

제주도 북제주군 이시돌 목장의 십자가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그렇다고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믿는  신은 '역사를 관장하는 절대자'입니다. 그래서 제 '경배'의 대상은 예수님이 될 수도, 부처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알라'도 경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송현우 화백
'역사를 관장하는 절대신'에 의해 역사가 올곧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이런 믿음마저 없다면 제 안의 내면은 더욱 피폐해질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예수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지인과 함께 찾아갔던 이 곳(이시돌 목장)에서 예수가 기꺼이 껴안았던 고통을 바라보며 '내면의 울림'을 느꼈습니다.

비록 재현해 놓은 것이긴 하나 예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평소엔 의식 못하던 카메라 셔터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던 것도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새삼스럽지만 어지러운 마음으로 자문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이 온몸을 던져 전하려 했던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인류에게,가까이는 '더불어 사는'우리 사회구성원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고 있는지 솔직히 회의가 듭니다.

우리 사회에 사랑의 소리는 차고 넘쳐나는데,'자비'의 소리도 그 못잖게 큰데 결식아동'이나 '노숙자'란 단어들이 왜 그렇게 자주 회자되는지 저는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목사님이나 스님들께 그 대답을 구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못 박힌 예수 앞에 서서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쿼 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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