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공교육? “지역사회와 연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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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낭 2018] 학교협동조합에서 만나는 교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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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서울 영림중이 국내 최초 학교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건강한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매점'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 서울시학교협동조합지원단

“학교매점을 우리가 직접 운영하면 어떨까?”

개인사업자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불량식품을 파는 매점이 아닌 건강한 친환경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게를 원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이 경영자로 나섰다. 2013년 최초의 학교협동조합을 만든 서울 구로구 영림중의 이야기다.

매점의 수익이 학교에 환원되고, 학생들이 직접 매점 경영에 참여하면서 얻는 교육적 효과도 컸다. 2013년 2곳이었던 학교협동조합은 현재 전국에서 70곳 넘게 늘어났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등 구성원이 그들에게 필요한 공익적 수익사업을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은 교육 프로그램, 농장 운영, 농산물 가공품 유통, 자전거샵 등 다양한 모습으로 현실화됐다.

서울, 광주, 세종, 전북에서 학교협동조합 관련 조례가 제정된 데 이어 기획재정부의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2017~2019)에 학교협동조합 확산과 활성화 내용이 명시됐고, 서울시에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가 개소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탄탄해졌다.

제주도교육청도 지난 4월 특성화고 학교협동조합 타당성 연구를 시작하는 등 변화를 본격화했다.

한국뷰티고에서 뷰티샵,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마필이나 농업생산물 판매, 제주고는 카페, 한림공고에서는 가전기기 수리 등 전공과 연관돼 교육적 효과와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들이 거론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미래교육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핵심은 ‘지역사회의 만남’이다.

한국교육학회가 지난 22일과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연차학술대회의 주제는 ‘융복합 시대의 공교육 혁신’이었다.

양홍권 대구대 교수는 융복합 시대의 인재양성 세션에서 “미래학교의 가장 큰 변화는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계되고 개방된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되고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하는 행위’의 중요성이 주목됐다.

실제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마을결합형 학교,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우리 주변, 지역사회의 문제의 해결방안을 직접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성취와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게 되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교육과도 맞닿아있다.

강원도 정선의 사북고는 학교협동조합을 꾸려 탄광을 테마로 한 카페 운영과 관련 아이템 개발에 나섰는데 이는 “우중충하던 폐광지역 이미지를 탄광 역사가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불편한 지리적 환경을 극복하고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만든 부산 금성초, 학생들이 지역 특산물 가공과 유통에 나선 강원도 영월의 연당초의 사례는 성큼 다가온 미래교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터뷰 /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 제주의소리

대학에 근무하다 협동조합에 꽂히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는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컨설팅 팀장, 땡땡책협동조합을 거쳐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이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을 맡고 있다.

작년 학교협동조합 연구서인 ‘만들자, 학교협동조합’을 펴낸 그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건강한 학교의 변화를 꿈꾸는 ‘협동조합 디자이너’다.

주 총장은 현재 제주지역 입시의 핵심 지향점인 ‘서울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내느냐’를 넘어 “제주 출신들이 제주에 남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교사만의 일’을 넘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하는 일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최근 학교협동조합이 주목받는 건 시대적 흐름과 부합한다는 측면도 있다. 새로운 방식의 학습공동체가 미래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현재 만 7세의 어린이들 중 65%가 미래에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군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 대비해서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동작을 할 수 있는 기존 교육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협력하면서 풀어가는 노동이 필요하다. 다보스포럼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16가지 기술을 제시했는데 의사소통, 협력, 창의성, 리더십은 사회적경제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전에는 교사가 온전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먼저 살아본 만큼 그대로 부어주면 된다고 봤는데, 사실 지금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지식정보 전달이 아닌 ‘연결성’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연결 다음으로는 학생들이 사회에 참여해보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흐름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경제가 교육적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협동조합으로 아이들이 뭘 얻을 수 있냐’는 일종의 효과가 가장 궁금할 것 같다.

“학교협동조합을 운영중인 아이들을 만나보면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교감 능력이 많이 발달해있더라.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들이 사업 안에서 지지고 볶고 갈등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경험을 일찍하게 되는 셈이다. 조별과제보다 훨씬 더 실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학교매점협동조합의 경우 메뉴를 같이 결정하고 메뉴판 제작, 홍보마케팅까지 같이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물품이 유통되는지 파악해보면서 공정무역 교육이 자연스럽게 되고, 그전에는 바라만 보던 곳에 직접 참여하면서 바꿔나갈 수 있다.”

- 최근 교육혁신과 관련해 ‘체인지메이커’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학교협동조합과도 잘 어울리는 조합 같다.

“아이들이 직접 실행해보는 부분에서 많이 맞닿아있다. 학교협동조합과 체인지메이커 교육 모두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서 실행하면서 내 주변 문제를 바꿔가는 공통점을 지녔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하나의 주제에 갇히지 않고 ‘덜 무겁게’ 단기적 프로젝트로도 실행 가능하다. 실제로 강원도 학교협동조합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적극 도입했고, 교사들이 많이 좋아했다. 학생들이 정해진 커리큘럼 대신 직접 팀 창업을 하는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도 이와 연결된다.

최근 전세계적 교육 흐름이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있다. 민주시민 교육의 한 축이다. 여기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직접 실행과 민주적 숙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 학교협동조합이 내실있게 운영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극복해야할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지역에서 같이 하려는 사람도 있고, 사회적경제 주체도 있고, 교육청도 적극적이고... 이런 조건들, ‘교육력’이 갖춰졌을 때는 해볼 만하다. 그게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지역의 교육력을 다시 성장시키는 좋은 장치다. 반면 그게 없는 곳에서는 하나하나 다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경제 주체도 도와줘야 하고, 학교는 지역사회랑 무언가를 같이 해본 경험이 없고, 서로가 준비가 안돼있으면 뭘 해야 할 지 모르게 된다. 유행하는 말로 소위 ‘거버넌스 구축’이 안돼있는 상황이다.

정부부처에서 학교협동조합에 대해 교육적 고민 대신 ‘그냥 법인 중 하나’ 정도로만 인식하는 등 전체적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제도를 하나하나 세팅해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지역에 거버넌스나 제도적 생태계가 구축이 안돼있으면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물론 ‘그래서 하자 말자’가 아니라 ‘가능하면 (제도적 여건을)갖췄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천천히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제주의 경우 ‘좋은 거라고 하면서 타 지역의 모델 그대로 가져오면 그만이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천천히 가야한다.”

- 여전히 교사들에게,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에게 학교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은 낯설다. ‘왜 굳이 학교협동조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공부를 많이 시켜서 서울지역 대학에 보내는’ 게 학교의 목표인 것보다는, 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는 것’ 보다는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고, 이 지역이 매력적인 공간이 되는 게 좋지 않나. 꼭 많은 성장과 이윤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제주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로 가버리면 다시 안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공부하고 서울지역 대학가서 취업하고... 나이가 들었을 때만 고향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힘들겠지만,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

지역사회에 남아 같이 호흡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공부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과거 ‘세계화’, ‘국제화’였다면 요즘은 ‘로컬화’가 전 세계적 추세다. 이와 맞물려 교육분야에서는 마을교육 공동체가 나오고 있고 마을교육공동체와 사회적경제와의 만남이 ‘학교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 중요한 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교육이라는 게 교사들만의 몫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눠서 하는 게 가능하다. 아이들과 만났을 때 인사를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게 교육이다. 이런 게 유영만 교수가 말한 ‘지식생태학’이다. 지역 안에서 교육을 위한 생태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는 교육청만의 일도, 교사만의 일도 아니다.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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