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모 학과 졸업생이 털어놓은 추가 의혹...A교수 "여학생 지목해 술 따르게 한 적 없다" 

"학과와 별 상관이 없는 모임에 불려가도 A교수 옆에는 특정 여학생들의 지정석이 있어서 그 옆으로 가야 했어요.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는 대화가 오가는 곳에 2시간을 무릎 꿇은 채, 마론인형처럼 있어야 했죠."

'갑질 교수' 논란에 휩싸인 제주대학교 모 학과 졸업생 B씨. 그녀에게 7~8년 전 대학시절은 되새기고 싶지도, 드러내고 싶지도 않은 기억이었지만,  "뒤늦게나마 잘잘못이 가려져 억울한 후배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뜻에서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A교수의 직속 '작업실' 인원은 남학생 11명과 B씨까지 총 12명이었다. 구성원 안에서 공모전 실적을 차근차근 쌓아나갔지만, B씨의 역할은 남학우들과는 조금 달랐다.

B씨는 "수업 외적으로 술자리에 불려가 술도 많이 따랐다. 우리 과 교수가 아닌 타 학과 교수가 모여있는 자리에도 나가야 했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모임에 가도 A교수 옆에는 지정석이 있었다. 저를 비롯해 언니 한 명이 여러차례 그런 모임에 불려다녔다"고 주장했다. 소위 A교수에게 찍힌 학생들이 주 타깃이 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학과 학생들이 어우러져야 할 행사에서도 B씨의 자리는 어김없이 A교수의 옆이었다고 했다. 하루는 학과 행사 뒤풀이 차원에서 A교수의 집 앞 정자에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는데, 남학생들은 정자 아래에서 고기를 굽고, B씨만 정자 위로 올라가 A교수와 친분이 있는 교수들 사이에서 술 시중을 들었다고 했다.

B씨는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A교수는 '내 시선에서 45도 이상 벗어나지 말라'고 했고, 무릎을 꿇은 채로 교수들 얘기를 듣는 척 2시간 넘게 버텨야 했다"고 주장했다.

일렬로 앉아있던 선배들을 비집고 ㄷ자 모양의 테이블 끝에 있던 A교수 옆자리에 앉아야 했다는 증언, A교수가 태운 담배연기가 역해서 목도리로 입을 가렸더니 금세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증언까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열거했다.

참다 못한 B씨는 다른 팀에서 공모전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 사실을 알게된 A교수의 개인 작업실로 불려가 "감히 배신을 하느냐"며 2시간 넘게 혼이 났고, 그 길로 도망치듯 휴학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4년간의 휴학 후, 학업은 마쳐야하지 않겠느냐는 지인들의 권고로 다시 학과로 돌아간 B씨. 그녀는 "A교수는 4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4년만에 돌아오니 '그렇게 버릇 없이 나가놓고 들어왔구나'라며 A교수로부터 이유 없는 질타를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전처럼 불려다니는 일은 없었지만, 사사건건 트집을 잡혀야 했다는 주장도 폈다.

B씨는 "휴학 기간이 길어져 학과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이 됐다. 그러다보니 나이를 갖고 면박을 주는 일이 잦아졌다. 팀원 중에 나이가 많은 늦깎이 남학생이 있었는데 , A교수는 수업 시간에도 '둘이 연애하냐', '둘이 작업은 않고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작업물을 갖고오냐'는 등의 타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디자인 컨펌을 받기 위해 A교수 방에 들어가면 무릎을 꿇은 채 검사를 받아야 했던 사례, 컨펌 중에도 과제물에 대한 내용보다는 인격모독성 발언이 주를 이뤘다는 사례가 그녀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B씨는 "여학생들의 경우 A교수가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해 헤롱거리며 나오거나, 아니면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울면서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했다.

또 다른 졸업생들도 당시 여학생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다. 

졸업생 C씨는 "A교수는 학생을 술집으로 불러 술을 따르라면서 '학점은 어떻게 되지?' 이런 식으로 돌려서 겁을 주곤 했다"고 증언했다. 졸업생 D씨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당시 여학우로서 B씨가 어려움을 당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B씨의 증언은 A교수 입장에서 보면 그가 누군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B씨는 "지금은 내 능력으로 자리 잡았으니 (보도가 돼도)괜찮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교수는 27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 및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모전에 입상한 남녀팀을 불러서 축하하는 의미로 술을 주고받은 기억은 있으나 특정 여학생을 지목해서 술을 따르게 한 적은 없었다. 축하하는 자리는 여러명이 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A교수는 "제가 베풀었던 분위기 좋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면서 술을 주고 받는 자리였을 뿐 특정 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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