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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제주의소리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난민 배척, 인간의 도리 거부하는 범죄"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30일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범죄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강 주교는 이날 제주지역 주요 현안으로 대두된 예멘 난민 문제와 관련, 제주교구민들에게 보내는 사목서한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명 직후 첫 방문지로 지중해의 작은 섬 람페두사를 찾아갔다. 구사일생으로 그 곳에 도착해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받아들인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며 "이후에도 교황은 전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예멘 내전으로 인한 난민 500여명이 제주에 들어와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정책 당국도 아직 뚜렷한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난민들의 집단 수용은 우리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며 추방을 주장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우리 역사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우리 민족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국을 떠나 타향에서 난민의 고난과 설움을 짊어지며 살아왔나. 지난 세기 초부터 일제강점기에 땅을 뺏기고 집을 뺏긴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아무 연고도 없는 만주로, 연해주로 정처 없이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이들은 민족의 독립을 위해,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이들도 많지만, 제주에서는 일자리를 찾아서, 4.3의 재앙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도 많았다. 이래저래 지금 700만명에 달하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선의로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 친척과 가족이 그 나라 국민에게 배척당하고 외면당해 내쫓긴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겠나. 이러한 우리가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문전박대한다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복을 청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편협한 이기적 자세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만들어갈 수 있겠나"라며 "이제는 우리 민족이 오늘의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성숙한 세계시민의 품성과 자질을 갖춰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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