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 어떻게...] 철통보안 속 까다로운 질문 세례...제주출입국청, 난민 인정 사례 ‘전무’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제주 예멘 난민 대책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난민 심사관을 종전 4명(통역관 2명 포함)에서 10명(통역관 4명 포함)으로 늘리고, 난민 심판원을 신설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법무부가 난민 심사관을 늘리기로 한 것은 현재 난민 심사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종전 인력으로 현재 대기 중인 예멘 난민 신청자 486명을 다 심사하려면 8개월 정도 걸린다는게 법무부의 예상이다. 심사관을 늘려 이를 2~3개월로 단축하는게 목표다.

난민 심사는 1:1 면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난민 인정을 위한 심사 방식이나 절차는 까다롭다.

그렇다면 난민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난민 인정 심사는 '철통 보안'으로 진행된다. 심사관들의 조사 기법은 알 수 없지만 심사의 핵심은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 돌아가게 되면 받게될 박해가 어떤 것인지 등을 밝히는 것이다. 

난민 신청자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질의 항목은 매우 구체적이다. 심사관들은 기본적인 신상정보부터 제주로 입국하게 된 이유, 입국하기까지 경로, 고국 마을의 위치, 국가적인 정황 등을 묻는다. 신청자의 답변에 따라 이른바 ‘진짜난민’ 인지 '가짜난민'인지 운명이 갈리게 된다.   

질의 항목 자체도 신청자에 따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과정은 모두 녹화된다. 녹화된 내용은 신청자가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을 경우 이의신청, 행정소송의 단계에서 참고자료로 쓰인다.

난민 심사과정에서 나눈 면담·질의 내용은 모두 비밀이다. 난민법 제17조 1항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신청자 등을 특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을 타인에게 노출할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2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심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노출될 경우 다른 난민 신청자들이 이를 참고해 심사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모범답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른 이유도 있다. 난민 신청자(혹은 난민)에 대한 안전 때문이다. 국제난민인권단체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난민 인정자·신청자)개인적인 신원이 노출되는 순간, 박해나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난민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신분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13년 난민법 제정 이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 신청자를 난민으로 인정한 사례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제주에서 중국인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제주출입국청이 그를 난민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1994년부터 작년 말까지 집계된 예멘 난민 신청자는 430명. 이중 난민 인정자는 20명(4.6%)에 불과하다. 


또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은 30명(6.9%)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법적으로 난민은 아니지만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거나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다. 이들에겐 취업이 허락되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여행증명서도 발급받을 수 없다. 고등교육을 받는 데도 제약이 있다. 

지금까지 제주출입국청의 인도적 체류허가 건수는 단 2건(2013년 시리아인 1명, 2016년 예멘인 1명). 2013년부터 작년 말까지 집계한 제주 난민 신청자 수(1153명)를 감안하면 인도적 체류허가 역시 난민 인정을 받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내전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예멘인들에게는 난민 심사 자체가 또하나의 '머나먼 여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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