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외국인영리병원이 될 지도 모르는 ‘녹지국제병원’의 운명이 달린 숙의형 공론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공론조사 지역별 토론회(30~31일)도 코 앞으로 다가왔죠. 토론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지 도민 사회 관심이 뜨겁습니다. <제주의소리>는 토론회에 앞서 녹지국제병원과 영리병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Q&A 형식을 빌어 영리병원의 의미, 항간의 우려 등을 3차례 다룹니다. [편집자 주] 


[녹지국제병원 톺아보기] ① 영리병원 취지는 '선진 의료기술' 도입...미.일 자본유치 무산  

제주도는 오는 30일(제주시)과 31일(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지역별 토론회는 전문가 지정토론과 함께 참가자 토론도 함께 진행됩니다. 토론회 과정은 지역방송사를 통해 녹화 중계됩니다. 

전문가들은 영리병원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각각의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홍보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각종 의혹과 함께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Q&A 시작하겠습니다.  


Q. 녹지국제병원이 왜 영리병원으로 불리나요?
▲ 제주도가 제작한 '녹지국제병원 바로 알기' 홍보 자료.
A.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을 ‘외국인 투자병원’이라고 표현합니다. 영리병원은 의료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사용하는 표현인데요. 일반적인 병원과는 다릅니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요. 

제주에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제주대학교병원, 의료법인으로 운영되는 한라병원, 의사 여럿이 공동으로 설립한 한마음병원 등이 있습니다.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은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가 운영하는 병원이죠. 

우리나라는 ‘의료는 공공재’로 봅니다. 병원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병원 직원 임금이나 병원 관련 부대사업(장례식장) 등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 아닌 곳에 투자할 수 없죠. 

하지만, 투자개방형병원은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의 자본으로 설립된 병원입니다. 투자 지분에 따라 병원 수익금을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해 의사가 아니더라도 병원을 설립해 이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반 병원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합니다. 일반 병원도 의사가 아니더라도 직원이라면 월급 형식으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개방형병원은 외국인이나 외국의료법인이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당연히 수익금도 가져갈 수 있죠. 

의료를 공공재로 규정한 우리나라 일반 병원과 다르게 ‘기업’과 유사합니다. 의사나 간호사 등은 고용된 직원일 뿐이죠.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외국인 투자병원을 ‘영리병원’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또 투자개방형병원 자체도 처음에는 ‘영리병원’이란 이름으로 추진됐습니다. 

외국인 투자병원은 투자개방형병원의 외국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Q. 영리병원은 어떻게 설립되나요?
A. 13년 전인 2005년 정부는 의료서비스산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의 투자가 출자총액의 50%를 넘으면 제주에 투자개방형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2012년에는 인천과 부산·진해, 대구·경북 등 경제자유구역 8곳에서도 설치가 가능토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총 투자액이 500만달러(미화) 이상이면 되는데,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의 투자액이 전체 50% 이상 차지해야 합니다. 

참고로 2005년에는 ‘국내’ 영리병원과 ‘외국인’ 영리병원이 동시에 추진됐습니다. 외국인 영리병원은 외국인 전문병원이라는 뜻입니다. 국내 영리병원은 반대란 얘기겠죠. 두 병원 모두 내·외국인 구분 없이 환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영리병원 논란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A. 200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의료 기술 발전을 위해 해외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당시 제주도는 외국자본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두 가지 고민 끝에 나온 제도가 영리병원 유치입니다. 

2007년에는 미국계 의료기관 필라델피아 매니지먼트 디벨로브먼트(PIM-MD)가 10억달러를 투자해 제주에 의료기관과 휴양시설 등을 갖추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무산됐습니다. 

또 일본 의료재단법인 ‘의진회’가 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의료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역시 무산됐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의료 선진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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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지난 2008년 7월28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국내 영리법인병원에 관한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기자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입니다. 표정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8년 김태환 제주도정은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헬스케어타운에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시도합니다. 건강보험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죠.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건강보험의 선택적 적용으로 국내 건강보험 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거세게 반발합니다. 

# 건강보험 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추후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김태환 도정은 도민 과반이 찬성하지 않으면 영리병원 사업 추진을 포기하겠다며 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찬성 38.2%, 반대 39.9%로 나왔습니다. 

과반이 안돼 끝난 줄 알았지만, 김태환 도정은 2009년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추진 당시 ‘투자자소유병원’으로 이름만 바꿔 영리병원 사업을 다시 추진합니다. 

이때 제주도는 ‘투자개방형병원’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이 영리병원→투자자소유병원→투자개방형병원으로 바뀐 셈이죠. 

김태환 도정이 제출한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중앙정부로 넘어갑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강력히 반대한 일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공은 정부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기업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습니다. 쉽게말해 기재부는 ‘국내’ 영리병원 찬성 입장을 내놨고, 보건복지부는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중앙정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간이 흐릅니다. 팽팽한 의견 충돌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도 쉽게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2010년이 되자 새롭게 제주도정 안주인이 된 우근민 지사는 ‘국내’ 영리병원 추진 중단을 선언합니다. 

영리병원 논란으로 국회에서 표류하던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영리병원 조항이 삭제된 채 2011년 4월 국회를 통과합니다. 그렇게 ‘국내’ 영리병원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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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녹지국제병원 전경입니다.

Q. 그렇다면 녹지국제병원은?
A.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영리병원이 아니라 '외국인’ 영리병원입니다. 

시작은 국내 영리병원 논란이 수그러든 2013년 2월입니다. 

당시 중국 의료법인 (주)CSC그룹이 외국인 영리병원 ‘싼얼병원’ 설립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2014년 싼얼병원 모회사인 CSC헬스케어재단 설립자 자이자화(翟家华) 회장이 중국에서 경제사범으로 구속되면서 무산됩니다. 

뒤 이어 2015년 4월부터 중국 종합부동산 업체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 설립 추진을 시작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헬스케어타운내 2만8163㎡ 부지에 778억원을 투자해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조성됐습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로 계획됐습니다. 

# 내국인도 녹지국제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기사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중국 부동산전문 개발회사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성형외과 중심의 녹지국제병원. 

선진 의료기술을 받아들인다는 '영리병원' 설립 취지에 걸맞는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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