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7시30분 서귀포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강정마을 임시총회가 열렸다.
오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정마을 5년 이상 거주 만 20세 이상 주민 투표

국방부 국제관함식 개최를 두고 새로운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전체 주민투표를 통해 관함식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강정마을회는 26일 오후 7시 30분 임시총회를 열어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 주민투표의 건’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의결했다. 

이번 총회 안건은 70명이 넘으면 상정·의결할 수 있으며, 이날 총 215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은 임시총회 개회사를 통해 “집행부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강 회장은 “관함식 개최 여부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이번 기회에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정부에 요구하겠다. (저에게는) 세계평화보다 마을 발전, 이웃, 후손을 위한 봉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개회사하고 있다.

임시총회는 양홍찬 씨 등 주민 221명의 소집 요구로 열렸다. 

강정마을 향약 제9조 3항에 따라 마을주민 100인 이상이 요구할 때 마을회장은 72시간 이내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가 처음 구성될 때 위원장을 맡았던 양씨는 “깨져버린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라며 관함식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양씨는 “청와대 관계자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관함식에 참석해 유감 표명과 함께 강정주민 명예회복, 공동체 회복사업 추진 등을 언급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의지를 보면 막막했던 (강정마을)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양씨는 임시총회에서 관함식 개최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오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향약에 따른 주민 투표를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투표 관리는 마을회와 각 자생단체에 맡기자고 했다.
▲ 양홍찬씨가 임시총회에서 주민 투표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총회에 참석해 “이미 3월30일 임시총회에서 관함식 개최를 거부하기로 결정됐다. 추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주민들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또 의견을 뒤엎으려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수용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또 “만약 관함식 개최가 결정된 이후 대통령이 안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강희봉 회장은 “며칠 전 강동균 반대주민회장과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주민들이 관함식 개최를 찬성해 제주에서 열렸는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고 강정마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관함식 기간 동안 반대주민회와 함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다른 주민은 굳이 강정 주민들이 관함식 개최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국방부는 주민 의사와 관계없이 관함식을 개최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  
▲ 26일 오후 7시30분 서귀포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강정마을 임시총회가 열렸다.

반면 다른 주민은 “오늘 관함식 개최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마을 전체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개최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주민 투표하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또 어떤 주민은 “11년 넘게 반대 운동을 하신 분들 정말 고생 많았다. 이 자리는 주민들 모두 잘 살기 위해 모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조건적인 반대나 찬성은 옳지 못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하지 않겠나. 그것이 화합 아니겠나”라고 호소했다.

주민투표 개최 여부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던 주민들은 오후 8시55분쯤 최대한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투표는 임시총회를 소집한 양씨의 제안대로 오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26일 오후 7시30분 서귀포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강정마을 임시총회가 열렸다.

투표권은 5년 이상 강정마을에 거주한 만 20세 이상 성인에게 주어진다. 향약상 주민 투표는 몇 명이 투표하든 과반수로 판가름난다.  

국방부는 1998년 첫 국제관함식을 개최한 이후 10년마다 관함식을 열고 있다. 2008년 관함식은 부산에서 열렸다. 통상 관함식에는 전세계 각국 해군 대표단 등 30여개국이 참석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관함식을 제주에서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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