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多>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잘 끌고 갈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20편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 글도 딱딱하지 않은 대화 형식의 입말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주의소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질문을 남기시면 정성껏 취재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소리多] (20) 시대 흐름에 맞춰 특권 의식에서 탈피...치솟은 부동산에 고가 아파트 논란도

5.jpg
▲ 법무부는 최근 제주시 이도2동의 위치한 제주지방검찰청 관사를 서귀포시 대포동 모 호텔과 교환했다. 지검장은 관사를 대신해 제주시 노형의 I아파트를 임차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2014년 8월 당시 김수창 제주지검장의 노상 음란행위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국 각지의 언론사들이 제주시 이도2동의 한 건물로 몰려들었습니다.

기자들은 며칠간 이 건물 앞에 머물며 김 지검장의 행적을 확인하는데 열을 올렸습니다. 건물 앞이 방송사 차량으로 가득 메워지면서 본의 아니게 관사도 전국으로 전파를 탔습니다.

이 건물이 최근 개인에게 넘어갔습니다. 법무부가 공유재산과 사유재산 맞교환 방식으로 관사를 개인 A씨에게 넘기고, 대신 A씨 소유의 서귀포시 대포동 모 호텔을 가져왔습니다.

지검장 관사는 부지가 1556.7㎡에 달할 정도로 넓습니다. 제주시내 요지에 위치해 있어 감정가만 50억원대로 추산됩니다. 교환으로 취득한 호텔은 검찰 연수시설로 쓰일 예정입니다. 

이른바 공관병에 조경사, 운전사, 청소부까지 관치시대 특권이자 구시대 산물로 비판받고 있는 관사(官舍)가 머지않아 제주에서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4.jpg
▲ 1984년 지어진 제주시 연동의 제주도지사 관사. 과거 대통령의 지방관사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2016년 민간 개방이 결정되면서 현재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내 주요 기관장 중 옛 관사를 사용하는 인사는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유일합니다. 법원장은 제주시 이도2동 H아파트, 지검장은 제주시 노형동 I아파트를 빌려 관사로 쓰고 있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지방청장 관사는 단독주택 형태로 전용면적이 227㎡입니다. 제4공화국이던 1980년에 지어져 규모가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경찰청 계급별 경찰관사 운영 규칙에 따르면 제주지방경찰청장(치안감)의 허용 관사면적은 단독주택 132㎡, 아파트는 116㎡입니다. 이를 적용하면 95㎡가 더 크죠.

제주지방경찰청도 관사를 처분하고 아파트로 옮기고 싶지만 예산이 적어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지휘관 특성상 비상 상황에 대비해 관사도 청사 인근인 신제주에 위치해야 합니다.

최근 부동산 값 폭등으로 예산 확보도 어려워 임차관사 마련에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일선 경찰서장은 물론 총경인 지방청 과장도 원룸에 거주할 정도니까요.

2.jpg
▲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대학교 총장 관사. 올해초 허향진 직전 제주대 총장이 나간후 현재 송석언 총장은 입주를 하지 않아 빈 건물로 남아 있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은 부교육감 신규 관사(아파트) 매입 비용으로 올해 추경에 9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아무리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지만, 10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1977년 지어진 제주시 삼도1동의 제주도교육감 관사는 2016년 5월 청소년 문화공간 ‘놀래올래’로 개방됐습니다. 옛 관사 부지는 1634㎡로, 건축 연면적만 193㎡에 달합니다

지방청와대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의 제주도지사 관사도 2017년 10월 ‘꿈바당 어린이도서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옛 도지사 관사는 1만5025㎡ 부지에 3개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984년 지어진 이 건물은 본관 3동 중 1동(660㎡)이 대통령 전용 숙소였습니다. 실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제주를 방문한 대통령들이 묵었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대학교 총장 관사의 경우 올해초까지만 해도 허향진 전 총장이 거주했습니다. 부지는 990.7㎡, 연면적은 164㎡ 입니다.  

3.jpg
▲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대학교 총장 관사. 제주대는 총장관사 리모델링을 이유로 교육부에 2억여원을 요구했다. 용도변경도 어려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았다.
2010년 당시 허 총장이 입주하면서 리모델링 비용으로만 2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죠. 반면 신임 송석언 총장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의 J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주거용 국유재산은 다른 목적 사용시 기획재정부에 반납하도록 돼 있어 뚜렷한 활용 방안도 없습니다. 제주대는 관사를 보수한다며 또 사업비 2억여원을 교육부에 요청했습니다.

제주지역 관사를 보면 대부분 건축후 30~40년이 지나 노후화 돼 있고 관리도 어렵습니다.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수리와 집기 교체로 수억원을 쏟아 붓는 등 효율성도 낮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관사는 다른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겠죠.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도내 관사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