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에서 성산까지' 7회차 생명평화대행진...전국-해외 연대 줄지어 67.5km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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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국책사업으로 인한 마을공동체의 붕괴 아픔을 공유한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과 성산읍 주민들이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서 평화의 발걸음을 힘차게 함께 내딛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을 비롯해 전국 100여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대행진은 이날 오전 9시 출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5박6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강정에서 성산까지, 평화야 고치글라(같이가자)'라는 주제를 내건 대행진에는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반대하는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용산 화재 참사 등 전국 각지의 연대가 이어졌고, 대만, 베트남, 일본 오키나와, 미국 하와이 등 해외에서도 참가했다.

올해는 제주도를 일주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강정 제주해군기지에서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까지의 구간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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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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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출발해 1일차에는 공천포전지훈련센터, 2일차에는 표선생활체육관, 3일차에는 성산국민생활체육센터까지 다다르는 등 2박3일간 67.5km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내달 2일과 3일 이틀간 성산에서는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생명평화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대행진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주에서 시작하는 평화의 발걸음이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로 번져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다. 강정과 성산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긴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문제를 강력히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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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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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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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은 "국제관함식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군사기지의 섬으로, 군사력 과시의 장으로 만드는 시대착오적 행사"라며 "정부는 강정마을 총회의 반대 결정을 무시한 채 주민들을 회유하고 관함식을 강행하고 있다. 11년 전 제주해군기지 유치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관함식이 마을의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해군기지 완공 후 주민들이 갈등 해결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요구해왔던 것은 관함식과 같은 해군의 축제가 아니라 해군기지 유치와 건설 과정의 진상규명, 중앙정부 차원의 사과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제야 겨우 해군기지 찬반 주민들끼리 먼발치에서라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던 강정 공동체가 다시 찬반으로 나뉘었다.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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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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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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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성산 제2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제주섬에 2개의 공항은 제주도민에게 재앙이다. 이미 제주는 무계획적인 양적 팽창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또 하나의 공항이 들어선다면 제주의 환경과 생태계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제2공항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제2공항은 삶의 터전을 내줘야하는 성산 주민들의 기본적인 동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공항 계획이 확정되면 수천 명의 주민들이 평생 살던 집과 밭, 선친의 묘소를 내놓고 떠나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제2공항과 공군기지의 연계 가능성도 여전히 의구심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하려는 국방부의 전략은 여전히 포기되지 않고 있다.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선다면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이 아니라 군사전초기지의 섬, 동북아 군사적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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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발언을 하고 있는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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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을 하고 있는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대표발언에 나선 강동균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내거는 기치는 '정의로운 나라, 소통하는 나라'였다. 국정농단을 이겨내기 위해 촛불혁명을 일으켰고, 그 촛불 위에 일어선 정부"라며 "그런데 정부는 11년간 해군기지로 인해 고통을 겪은 강정 주민들을 또 다시 찢어놓고 있다. 주민들이 국제관함식 거부를 결정했는데도, 온갖 협잡질과 모략에 의해 강정 주민들을 또 다시 혼란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일부 주민들은 그 협잡과 혼란에 속아 (관함식을)찬성한다고 얘기하지만, 지금까지 반대해 왔던 주민들은 결코 인정하지도 않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강정마을이, 제주도가, 대한민국이 평화의 길을 걸을 때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제주의 주인이 지역 주민들이 말도 안되는 해군기지나 제2공항 등 국책사업으로 인해 쫓겨나고 있다"며 "명분은 국가를 위해,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라고 하는데, 도민의 행복한 삶을 무너뜨리고 불행하게 만들면서 추진해야하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는 마치 제주를 큰 항공모함처럼 만들고 있다. 강정 해군기지를 필두로 모슬포 최신식 레이더, 해병대 여단 창설하고, 신촌에 포병 부대까지 만들고, 제2공항에 공군기지까지 만들면 제주가 거대한 군사기지가 된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화약고가 되는 것"이라며 "이걸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걷는 것이다. 함께 해달라"고 연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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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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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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