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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된 최모씨가 머물던 캠핑카와 실종 이후 발견된 휴대폰, 소지품 등의 위치. <사진=제주지방경찰청>
경찰·해경, 실족-범죄연루 가능성 모두 열어두고 수사...수색 인력-범위 대폭 확대

가족들과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실종된 30대 여성의 행방이 엿새째 묘연하다. 경찰과 해경은 수색 인력을 3배 이상 늘리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이렇다 할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31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1시 40분께 제주시 구좌읍 세화항 부근에서 최모(38.여.경기도 안산)씨가 행적을 감췄다.

최씨는 가족들과 함께 지난 10일 제주를 찾아 세화포구 인근에서 카라반을 빌려 캠핑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실종 당일에는 남편인 A씨(37)와 술을 마시고, 포구 인근의 편의점에서 주류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씨가 자신의 언니에게 전화를 건 오후 11시38분부터 남편 A씨가 최씨를 찾기 시작한 이튿날 0시10분까지, 약 30분 사이에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직후 경찰과 해경은 수색작업을 벌였고, 공중화장실 서쪽 주차공간에서 최씨의 휴대폰을, 세화항 포구 내에서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 한 쪽을 각각 발견했다.

이후 휴대폰이 발견된 지점과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최씨가 편의점에서 구입한 주류 등을 발견했고, 지난 30일에는 포구에서 동쪽으로 2.7km 떨어진 곳에서 최씨의 반대편 슬리퍼 한 쪽을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은 최씨가 실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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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모씨가 실종된 세화항 포구. <사진=제주해양경찰서>
◇ "실종자 흔적, 어두운 포구"...실족 가능성 무게

엿새째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여러 정황상 최씨가 실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씨가 실종 직전 남긴 휴대폰과 편의점에서 구입한 주류 등은 세화항 내 공중화장실 인근에서 발견됐다. 

특히 최씨의 휴대폰은 화장실 서쪽의 추락방지턱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최씨가 실종 직전 이 방지턱에 앉아있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방지턱과 바다 간 거리는 채 1m도 되지 않고, 벽면에는 장애물도 놓여있다.

최씨가 실종 직전 혼자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할만한 추가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실종 다음날 새벽 현장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지품을 치웠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 환경미화원에 따르면 청소 당시 종이컵은 9개가 있었고, 소주병은 거의 비어있었다. 편의점에서 최씨가 구입한 물품은 종이컵 10개와 소주, 커피 등이었다.

세화항 내에 가로등은 설치돼 있지만, 실종 당시 불이 켜져있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당시 술을 마셨던 최씨가 자칫 발을 헛디뎠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경찰은 포구 내에서 슬리퍼 한 쪽이 발견됐고, 2.7km 떨어진 동쪽 해안에서 반대편 슬리퍼가 발견된 것은 조류 때문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조시 포구 내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간조가 되면 물이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해당 해안의 해류가 동쪽으로 흐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수색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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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화항 포구 내에서 발견된 최모씨의 슬리퍼. <사진=제주해양경찰서>
◇ 범죄 가능성은? 경찰 수색인력-범위 대폭 확대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놓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바닷가 실족 사고와는 달리 6일이 지난 시점까지 소지품 외에는 아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은 특히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또 최씨가 실종 당시 남긴 휴대폰과 편의점 구입 물품 간 거리가 있다는 점, 슬리퍼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수사 인력을 대폭 확대한 것도 범죄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30일까지 하루 평균 70명 정도 투입하던 수색인력이 31일부터 육상수색 150명, 수중수색 10여명 등 총 240여명으로 확대됐다. 

수색 범위도 해안가 중심으로 수색하던 것을 연안과 항구 인근 후미진 곳 등으로 넓혔다.

다만,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예멘 난민, 또는 불법체류자 등에 의한 범죄 가능성은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최씨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낮게 점쳤다. 최씨 가족이 새로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제주에 내려왔고, 제주에 머무르며 지인들과 나눈 통화 내용도 신변 비관 등의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청소년과 파트에서 수색 활동을, 형사 파트에서는 범죄 가능성 수사를 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주변 CCTV와 현장주변 차량 등의 범위도 보다 넓혀 범죄 연루 부분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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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화항 포구 내에서 실종자에 대한 수중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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