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발견지점 103km 떨어져, 전문가 고개 '갸웃'...범죄 가능성도 낮아

1.jpg
▲ 1일 오전 10시 5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해상에서 제주 여행 중 실종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해경이 수습에 나섰다. /사진제공=서귀포해경 ⓒ 제주의소리
지난달 25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일주일 만에 제주섬 정반대편인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해상에서 발견되면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두 지점 간의 거리가 곡선으로 무려 100km에 달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일 오전 10시 50분께 가파도 서쪽 약 1.5km 해상에서 최모(38.여.경기도 안산)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해상에 떠 있던 이 시신은 모슬포와 가파도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발견, 해경에 신고했고 서귀포해경 연안구조정이 시신을 수습해 서귀포시내 병원으로 옮겼다. 수습된 시신은 부패가 심해 육안으로는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시신은 실종된 여성이 차고 있던 것과 유사한 목걸이를 착용했고, 문신 등 신체적 특징 역시 최씨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유족들 역시 시신을 확인한 상태로 수습된 시신이 최씨임은 틀림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시신에서 외력에 의한 상처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범죄 관련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실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보고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부검 결과에 따라 최씨가 익사한 것인지, 숨진 후 바다에 버려진 것인지 등 사인이 규명될 예정이다. 

부검 결과와는 별개로 최씨가 발견된 지점이 실종된 지점에서 무려 100km 이상 떨어져있다는 점은 미스터리다. 해류에 떠밀렸다는 추측은 물론, 특정인이 외해에 최씨의 시신을 방치했다는 추측도 매우 석연치 않다.

2.jpg
▲ 1일 오전 10시 5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에서 제주 여행 중 실종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해경이 수습에 나섰다. /사진제공=서귀포해경 ⓒ 제주의소리
◇ 해류 타고 100km 이동?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최씨가 실종된 제주 북동쪽의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와 최종 발견된 국토최남단 마라도 인근의 가파도 해상은 서쪽으로도, 동쪽으로도 약 100km 가량 떨어져 있다. 해경이 해안선을 따라 지점별로 찍어 곡선으로 측정한 결과 두 지점의 거리는 103km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조류의 흐름으로는 시신이 가파도 외해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제주를 지나는 평균 해류는 일반적으로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대한해협을 향해 흐르게 돼 있는데, 이번 경우는 서에서 동으로 가는 흐름이라는 주장이다.

국립해양조사원 해양관측 관계자는 "해양학적으로 바닷물의 흐름을 보면 100km 이상 떨어진 남쪽바다로 시신이 옮겨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석하기가 상당히 난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시나리오를 쓰자면 외해에서는 해류를 타고 갈 수 있는데, 아무리 썰물 때 빠져나갔다고 하더라도 세화항이라는 협소한 항구에서 외해까지 흘러갔을지는 물의 흐름으로 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해류의 흐름대로라면 최씨의 시신은 세화포구보다 동쪽에 위치한 서귀포시 성산읍 끝자락에서 발견됐어야 한다. 실제로 해경과 경찰이 집중적으로 수색을 벌인 곳도 이 지역이었다.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만약 최씨의 시신이 외해로 빠져나갔다고 가정해도 일본 방면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 2016년 2월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에서 전복된 통발어선에서 실종된 선원이 50일 후 일본 나가사키현 해안가 방파제에서 발견된 사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에서 실종된 승객이 열흘 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발견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 낮게 보는 이유는?

그렇다고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석연찮은 상황이다. 경찰 역시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최씨의 시신에서 외력에 의한 상처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최씨의 시신은 수생동물에 의한 훼손 외의 손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실종 이후 7일간 진행한 수사에서도 특별한 용의 선상에 있는 인물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경찰은 주변인에 대한 기초 수사를 실시하고, 인근 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혔지만, 별다른 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씨 실종 당시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이 항구 내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최씨의 시신에 귀걸이·목걸이 등의 장신구가 착용돼 있으며, 심지어 옷가지까지 그대로인 점도 범죄와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굳이 추측한다면 실종 시기로 예상되는 25일 오후 11시 40분에서 26일 0시 10분 사이에 최씨가 아무런 저항 없이 특정 차량이나 배에 탑승했고, 이후 외해에 빠졌다는 가정을 해야 하는데, 이는 허점이 많다. 

208359_241648_3255.jpg
▲ 1일 오전 10시 5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에서 제주 여행 중 실종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해경이 수습에 나섰다. 가파도 해상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사진제공=서귀포해경 ⓒ 제주의소리
◇ 단순 해류 아닌 기상상황 영향 추측도

최씨의 시신이 이동한 것이 단순 해류의 영향이 아닌 기상상황에 따른 이상현상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썰물을 타고 외해로 빠져나간 최씨의 시신이 해류의 흐름으로 동쪽 끝으로 이동했고, 이후 제주 연안을 따라 서귀포앞바다를 거쳐 가파도까지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특히 지난 25일 발생해 일본 가고시마를 관통하고 사건 전후로 제주 동쪽 바다에 영향을 미친 제12호 태풍 '종다리'라는 변수가 지목되고 있다. 현재는 열대저압부로 소멸된 태풍 종다리가 당시 해상의 흐름을 바꿔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어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이후 해류를 따라 일본을 타고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대한해협을 지나는 경우도 있고, 제주도를 감싸고 도는 흐름도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씨의 시신이 바다에 표류하고 있었을 무렵에 태풍에 의해 제주 동쪽 바다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도 "바다의 영향 외에 기상 상황에 따른 변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

최씨가 실족한 것인지, 범죄에 연루됐는지 여부는 부검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경찰은 2일 오후 2시 최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다. 익사자의 경우 기도와 폐 등에 바닷물이 들어가며 부검 때 플랑크톤이 발견된다. 플랑크톤이 발견되면 실족사에 무게가 실리고, 발견되지 않는다면 의구심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