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집단 ‘예담길’은 예술을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 문학인들의 모임입니다. 김광렬(시인), 김대용(번역가), 김병택(시인·비평가), 김석희(소설가·번역가), 김희숙(무용가), 나기철(시인), 문무병(시인·민속학자), 양원홍(시인), 장일홍(극작가·소설가)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담길이 찾아가는 ‘제주도내 맛집’을 월 1~2회 연재합니다. 이 맛집 기행은 한 사람이 맛집을 소개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예담길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되 1인이 집필하는 ‘다자참여-대표집필’의 형식으로 쓰여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한 개인의 기호나 취향 등 주관적 판단에 맡기지 않고 여러 사람이 평가에 참여하므로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맛집의 주 메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작가집단 예담길의 맛집기행] (5) 민재네 황태

명태는 한 때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16%에 이를 만큼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국민 생선이었으나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90%가 러시아산이다.

명태의 이름은 무려 35가지나 된다. 지역이나 가공 방법, 잡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명칭은 노가리(새끼 명태), 생태(갓 잡은 명태), 동태(얼린), 북어(그냥 건조시킨), 코다리(반쯤 말린), 황태(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말린) 등이다.

필자가 황태를 ‘명태의 황제’라 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명태를 황태로 건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 나가면서 영양 성분들이 응축되는데, 황태는 생태나 닭 가슴살보다 단백질 함량이 4배나 많은 고단백 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놀라운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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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 출처=오마이뉴스.

(1) 해독 작용과 일등해장국
황태에는 타우린과 알긴산 성분이 들어있어 해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황태국은 해장국으로 으뜸이다. 일본인들은 히로시마 원폭 때에도 해독제로 황태국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한국 전통의술의 거두, 인산 김일훈의 명저 신약(神藥)에 보면 연탄가스 중독으로 다 죽어가는 사람을 명태국으로 살린 사례가 나온다.

(2) 다이어트와 피로 회복
황태는 영양은 풍부하면서도 칼로리는 낮아 비만인 사람들의 다이어트식으로도 좋고, 살찔 걱정을 하는 여성들의 몸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체내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피로를 회복해주므로 직장인이나 수험생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 유익하다.

(3) 치매 예방 및 학습능률 향상
황태에는 트립토판 성분이 있어 치매를 예방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높여 준다.

(4) 노화 방지 및 수족 냉증 개선
황태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효과가 있어서 우리 몸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노화를 방지한다. 또한 황태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이기 때문에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 손발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다.

이 밖에도 호흡기 질환, 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시력을 개선하는 등 효능을 헤아리기 어렵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그럼 황태가 만병통치란 말이냐?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해독작용을 하는 동물이 둘 있는데, 바다의 명태와 육지의 오리다. 황태의 약성이 그만 풍부하다는 말이다.

제주시 신제주에 있는 황태요리 전문점 '민재네 황태'는 강원도 덕장에서 공수해 온 황태로 황태구이를 하고 황태채로 해장국을 끓인다. 황태채를 콩나물, 두부와 함께 끓여서 진국을 만든 게 황태 해장국이다. 9년 전통의 민재네 황태는 주인 좌미희(51) 여사의 막내아들인 민재의 이름을 걸고 하는 식당이니만큼 믿어도 좋을 것이다. 

이 집의 주 메뉴는 해장국과 정식인데, 황태정식은 해장국+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황태구이는 애주가들이 술안주로 많이 찾고, 황태 들깨 옹심이는 들깨와 옹심이(찹살 가루떡)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별미를 느끼게 한다. 겨울철 계절 음식으로 선보이는 황태 떡국도 특식으로 먹어볼만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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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재네 황태의 황태구이. 제공=양원홍.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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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재네 황태의 황태해장국. 제공=양원홍. ⓒ제주의소리

한편 덤으로 나오는 계란 반숙과 제주의 전통 발효 음료인 쉰다리는 일품이다. 매실과 청각을 넣은 깍두기도 이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깔스런 반찬이다. 요즘 '가심비'(가성비 +심리적 만족도)란 말이 유행인데 민재네 황태는 내가 보기에 가심비가 높은 음식점이다.

북한에는 아직도 명태가 잡힌다는데, 통일의 그 날이 오면 이산가족만 상봉하는 게 아니라, 헤어졌던 명태와도 재회하게 될 것이다.

바리톤 오현명이 부른 가곡 <명태>(양명문 작사, 변훈 작곡)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아~)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남아 있으리라
민재네 황태 식당 주소는 제주시 연동 291-19번지(신제주로타리 현대자동차 뒷블록)이다. 가격은 황태 해장국 8000원, 황태 정식 1만5000원, 황태 떡국 8000원, 황태들깨 옹심이 1만원이다. (전화 : 064-745-8848) 

<대표집필 : 장일홍>

※ 예담길 멤버들의 촌평

- 황태는, 얼리고 녹이는 반복  과정을 거쳐야 제 맛을 낼 수 있음을 여기서 확인한다. 세상의 훌륭한 기술들이 모두 그러한 것처럼. (김병택)

- 그날 황태의 맛은 외로운 멋쟁이가 도시 뒷골목에서 찾아낸 바람의 향기였다. (문무병)

- 백담사 만해마을 가는 길에 먹었던 황태국, 그 맛의 기억이 떠올랐다. (김석희)

- 찬 바다에서 나와 얼고 녹기를 여러 번, 제주 술꾼들의 속을 녹이는 금빛 맛이여. (나기철)

- 겨울 바다를 헤치고 돌아온 짙은 바다 향기가 녹아 돌아왔다. (김대용)

- 황태, 너에게서 인생을 읽는다. (김광렬)

- 전날 술에 절인 내 몸을 풀어주는 개운하고 깔끔한 황태 해장국~ (양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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