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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삼나무 숲 훼손 논란 속 현장 퍼포먼스...“제2공항 건설을 위한 재앙의 서막”

제주의 자연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삼나무 숲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비자림로에 모여 공사 중단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경 정책을 촉구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 모임은 12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비자림로 함께 지키기 운동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숲이예요’, ‘아름다운 제주를 함께 지켜주세요’ 등의 팻말을 들고 비자림로를 지나는 도민과 관광객 차량을 향해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비자림로를 함께 걸으며 상처난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당초 나무에 리본과 현수막을 걸기로 했지만 이마저 훼손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취소했다.

기타 공연과 시 낭송에 이어 진행된 자유발언에서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현재 추진 중인 제2공항과의 연계성에도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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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은 “어릴적 동네 개발사업으로 폭우에 물이 집 안으로 밀려든 적이 있다”며 “자연을 인간의 마음대로 하면 얼마나 위험한 일이 발생할지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도정이 미래가 아닌 단순히 결과물만을 생각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우리 숲을 보호하고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은 “1단계 구 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2018∼2022)을 보면 서귀포시와 제2공항을 잇는 도로에만 3800억원이 투입된다”며 “이번 도로 공사도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민은 “제주와 제2공항을 잇는 2600억짜리 도로 건설도 향후 관리계획에 포함될 것”이라며 “결국 이번 공사는 제2공항 간설을 염두해 둔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관광 중 현장을 찾은 조헌철(43.충북)씨는 “가족들과 관광 중 제주에 있는 친구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직접 현장을 보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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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제2공항 건설로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이 과연 제주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무분별하게 환경을 훼손하는 일이 정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유발언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주최측에서 나눠준 종이에 “나는 000에서 살고 있는 나무입니다”라는 글을 쓰고 베어진 나무 둥치 옆에서 직접 나무가 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논란이 된 비자림로는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한 곳이다.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인공림으로 심어진 삼나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뽐낸다.

제주도는 동부지역 교통량 해소를 위해 사업비 207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송당리 대천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구간에 걸쳐 6월부터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중이다.

2015년 11월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2016년부터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에 착수했다. 현재 전체 72필지(11만8016㎡) 중 54필지(8만8903㎡)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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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과정에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삼나무 915그루를 벌채한 상황에서 최근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공사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성산읍이장협의회와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 등 성산지역 자생단체는 최근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도로 확‧포장 공사 재개 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무분별한 환경훼손 반대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시야확보의 어려움과 위협적인 추월구간으로 인한 주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다"며 공사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8일자로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오후 2시 현재 서명은 3만명에 육박했다.

제주도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삼나무 수림 훼손 최소화 방안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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