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68) 발효식품이 든든한 이유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장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암으로 진단받고 항암치료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미리 장을 튼튼하게 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곤 한다.

병에 안 걸리고 건강장수를 원한다면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면역력의 7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면역력을 발휘하는 세포의 대부분은 장내의 점막에 집중돼 있으며, 몸 전체의 면역기구를 지탱하는 것이다. 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장내세균이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장내세균의 종류와 수를 증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된장, 청국장, 김치 등 발효식품을 많이 먹으면 좋다. 발효식품에 포함된 세균이 장속에 들어가면 원래 있던 세균들이 활성화되어 수가 증가한다.

발효식품이라고 어떤 특정한 식품에 구애받지 말고 여러 가지 종류를 먹으면 좋다. 그러면 다른 여러 가지의 균들이 장에 들어갈 수 있다. 가령 장에 맞지 않은 균은 장에 살 수가 없고 곧 배설돼 버리고 말지만, 맞지 않은 균은 침입자로 보고 장내세균들이 협력해서 쫓아낸다.

자연계는 세균의 보고다. 흙이나 초목, 강이나 바닷물에는 여러 가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러한 것들과 우리의 신체는 접촉하고 있어서 장내세균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요구르트와 같은 유산균을 총칭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하는데 관련 시장의 규모가 대단히 확장되고는 있다. 그러나 흙이나 벌레와 접촉한다고 “더럽다”라고 하면서 요구르트만 먹어서는 장내세균이 자라지 못한다.

우리들은 보통 ‘좋은 균’만 몸속에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이 연구를 통해 ‘좋은 균’만으로는 장의 기능이 정상으로 움직이지 않고 이른바 ‘나쁜 균’도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의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균’도 ‘나쁜 균’다 같이 필요한 것이다.

윤창훈 명예교수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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