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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래' 게시판 지적 후 일부 개선 움직임…청탁금지·지방공무원법 위반 비일비재 

“김영란 법이 만들어지고, 아침마다 청렴 관련 교육자료가 뜨는데…. 왜 각 계마다 과장님 국장님 점심 식사비를 내주는 관행은 안 바뀌나요? 이게 김영란법에 저촉이 된다면 청렴 교육자료에 한번 띄워주시지요. 윗분들 점심값 내주는 문화를 바꾸자고. ‘싫으면 사지 마세요’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위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바꿔야 하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지난 4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시스템인 올래 내부의 소통게시판 ‘존단이’에 올라온 어느 공무원의 글이다. 

이처럼 제주도 공무원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서장 ‘공짜 점심’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직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로 이같은 잘못된 관행의 개선을 시도하는 공직 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국장·과장 등 부서장들의 점심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부서 내 각 계별로 순번을 정해 요일별 중식(점심식사) 담당을 지정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직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서장들에 대한 접대 문화는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등 공직기관·단체에 수십년 이상 이어져온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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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내 부서장 '공짜 점심' 관행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는 지난 4월 제주도 행정시스템 '올레' 내부의 소통게시판 '존단이'에 올라온 어느 공무원의 글이다. ⓒ제주의소리

실제로 지난해 인천시 공무원들의 상급자 중식접대 순번 지정이 청탁금지법과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위반도 명백할 뿐 아니라 지방공무원법 제53조 ‘청렴의 의무’ 제2항의 ‘공무원은 직무상 관계가 있든 없든 그 소속 상사에게 증여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증여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 위배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제주시가 고길림 부시장 주재 간부회의에서 부서장 ‘공짜 점심 관행’을 개선하라는 주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서 내 계별 점심 순번 지정 등 국·과장 부서장들이 부서원들로부터 밥을 얻어먹는 잘못된 관행을 당장 바꿀 것을 공식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이같은 공식 주문 이후 국·과장들이 부서원들에게 점심을 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거나, 부서장들이 부서원들과 따로 식사를 하는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서장 점심 접대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있다. ‘존단이’ 게시판에는 “한달에 몇 번이나 드신다고…”라며 “점심값 내는 (부서장들도) 많다. 본인은 청렴하고 부서장들은 청렴하지 못하다는 것이냐. 국·과장 중에도 솔선수범하는 분들도 많다.”는 반론의 글도 올라온 바 있다.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 K씨는 “부서장들 중에는 점심값, 심지어 직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도 밥값을 당연히 내지 않는 부서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최근에도 부서장들은 자신들은 응당 무상급식해도 되는 줄 아는 꼴불견인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시청 소속 공무원 B씨도 “부서장들 중에 스스로 밥값을 내는 양심적인 부서장들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국·과장들은 부서원들이 모은 밥값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간부회의 영향인지 밥값을 한 번도 내지 않던 부서장들이 갑자기 밥을 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청 소속 공무원 O씨는 “국장 식사 당번 걸리는 날은 오전 내내 신경이 곤두선다”며 “당일 점심 선약이 있는지 없는지, 메뉴는 무엇으로 정하면 좋을는지 오전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국·과장이 부서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는 것은 그 시간에 소통하자는 취지일텐데, 소통은 없고 오직 부서장 권위를 챙기는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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