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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양도에 서식하고 있는 염소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훼손 주범' 염소 소유주 "가둬 키우겠다"...제주시 "경계 시설 설치 등 일부 지원"

‘천년의 섬’ 비양도의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제주시가 수매까지 검토했던 염소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될 조짐이다.  

30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염소 소유주가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염소를 키우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방목돼 비양도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염소를 가둬 키우겠다는 얘기로, 야생화된 염소를 일정 공간에 가두면 비양도 환경 훼손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염소 소유주는 자신의 땅 약 2~3필지(약 3000평)에 염소를 가둘 수 있는 경계를 쌓고, 가축분뇨처리시설 등 설치를 준비중이다. 

염소를 가둬 키우게 되면 ‘가축’으로 분류돼 가축분뇨법에 따라 분뇨처리시설 설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오는 10월 쯤 설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소유주가 염소를 자신의 땅에서 기르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방목으로 환경 훼손 주범이 된 염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행정 차원에서도 소유주와 협의해 경계 시설 등 일부 지원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염소는 1975년 한림수협이 도서지역소득사업의 일환으로 비양도 어촌계 주민에게 가구당 1~2마리씩 보급하면서 비양도에 서식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1개 농가에서 염소를 방목해 키우고 있다. 정확한 개체수는 소유주도 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최대 200여마리로 추정된다. 

10년 넘게 방목된 염소는 사실상 야생화됐다. 

<제주의소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염소떼의 습격?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정상 초토화' 기사 등을 통해 먹성 좋은 염소떼가 비양봉 정상의 비양나무 군락을 비롯해 화산송이 등을 마구 훼손한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환경훼손 논란이 일자 제주시는 1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염수 수매 계획을 세웠다. 염소 소유주와 수차례 접촉한 끝에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소유주 가족이 염소 매매를 거부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다가 소유주가 관련 시설을 갖추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한림읍 서북쪽에 위치한 유인도(有人島) 비양도는 해발 114m의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다. 비양도 분화구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비양나무 군락이 형성돼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됐다. 

비양도 동쪽에 있는 펄랑못은 우리나라 유일의 염습지이며, 주요 생태자원으로 꼽힌다. 또 비양도 호니토(hornito)는 천연기념물 제439호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 제주 해역 한가운데 산이 솟았다고 기록됐다. 국내에서 확인된 마지막 화산활동지로 추정되며, 비양도가 ‘천년의 섬’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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