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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생존 수형인인 조병태(89) 할아버지가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4.3 군법회의 재심 개시 결정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4.3수형 생존인들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환영...검찰 즉시항고 여부 검토 착수
 
“가슴 속에 쌓인 한과 악몽 같았던 세월을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지. 다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하니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있겠나”
 
70년 전 억울함 풀기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소송에 나선 제주4.3생존 수형인들이 법원의 4.3군법회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3군법재판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동수(85.인천형무소) 할아버지는 “재판기록과 판결문도 없어 재심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가 살아 있기에 재심 청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박 할아버지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70년 세월을 견뎌온 고통의 무게만큼 환영한다”며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그 감격을 멈출 수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근방(85.인천형무소) 할아버지는 “지난 70년을 한과 고통 속에서 악몽 같은 세월을 지나왔다”며 “재심 개시 결정으로 얼마 만지 않은 앞날에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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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생존 수형인 재심 청구사건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39) 변호사가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4.3 군법회의 재심 개시 결정 기자회견에서 재판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함께 인천형무소에 끌려갔던 양일화(89) 할아버지는 “재심 사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서 우리의 아픔을 모두 쓸어내리길 바란다”며 “도민의 성원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순석(90.전주형무소) 할머니를 대신해 현장을 찾은 큰아들은 “불과 7~8년전 어머니가 수형인 사실을 털어 놨다”며 “늦었지만 어머니의 한이 꼭 풀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송을 담당한 임재성 변호사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 없이 정식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4.3특별법 개정에 대한 국회의 분발도 당부했다.
 
임 변호사는 “검사가 즉시항고를 하면 법원에서 다시 재심 개시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고령의 청구인들을 생각해서라도 조속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수형인 명부에 오른 2530명 중 생존자는 30여명에 불과하다”며 “가능하다면 이번 청구인 18인 외에 추가 소송 참여를 논의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또 “국회에서도 배‧보상과 관련해 4.3특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입법부도 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 전향적인 입법에 나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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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도민연대가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4.3 군법회의 재심 개시 결정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재심 청구는 2017년 3월28일 열린 ‘4.3역사 증언 및 제주4.3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에서 4.3생존 희생자들이 소송 의사를 처음 밝히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그해 4월19일 양근방 할아버지 등 생존자 18명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 기록 없는 전국 최초의 재심 청구 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청구인 심문을 진행하고 9월3일자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수형자들을 수감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유권적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절차적 적법성을 떠나 청구인들이 교도소에 구금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록 멸실 등의 사유로 재심 개시결정 이후 본안 심리가 곤란할 수 있다”며 “다만 이 또한 형사소송법상 입증은 검찰의 몫인 만큼 재판부는 본안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하면 항고심 재판부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 제2형사부의 심리로 70년만에 정식 재판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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