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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직무관련-대가성 애매 뇌물수수 적용 안해...대향범 특이사례 검찰도 법리 검토 착수

검찰이 제주에서 처음 김영란법을 적용해 경찰이 송치한 제주도 공무원 향응수수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죄 적용 여부를 두고 고민중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도청 과장 김모(58.4급)씨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최근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김씨에게 돈을 건넨 용역시행사 대표 이모(60)씨와 평소 알고 지낸 조경업자 전모(60)씨에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와 부하직원 등 공무원 4명은 4월6일 전씨와 도내 모 음식점과 단란주점에서 1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기관 승진 축하비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씨는 이 돈을 돌려주고 도청 감찰부서에 스스로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업자들이 화북공업단지 용역과 관련해 편의를 목적으로 김씨에게 접근해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김씨는 전씨와의 사교적 자리로 판단했고 화북공업단지 이전 용역과 관련한 직무연관성와 대가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뇌물수수 혐의를 배제했다.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부당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반면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 없고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뇌물수수의 경우 준 사람이 있으면 받는 사람도 있는 대향범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대향범은 2명 이상의 사람이 서로 상대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뇌물을 준 사람과 달리 받은 사람을 대향범 관계로 처벌하지 않는 사례는 드물다. 1987년 대법원 판례(87도1699)에서 뇌물수수자와 별도로 뇌물공여자에 대해 처벌한 경우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 뇌물임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이를 건넨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뇌물수수죄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공여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이 부분을 고려해 김씨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법원 판례도 분석해 대향범에 대한 법리적용도 최종 결론짓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오간 돈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범죄 행위의 사실관계를 우선 판단해 뇌물수수 적용 여부를 결정 짓겠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을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뇌물수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로 형량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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