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⑦ 물괴(Monstrum), 허종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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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물괴> 포스터. 출처=씨네그루.

킹콩
1933년 미국 태생.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높은 빌딩에 올라가 비행기들을 손으로 부수는 걸 좋아한다. 정글에서의 전원 생활을 즐긴다. 억지로 도시로 데리고 오면 건물을 부술 수 있으므로 자연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크로아티아에서 전해져오는 동화 ‘미녀와 야수’를 로망으로 꿈꾸며 산다. 

고질라
1954년 일본 태생. 미군의 수소 폭탄 실험에 의해 괴물이 되었다. 원래 이름이 고래와 고릴라를 합친 뜻으로 고지라(Gojira)였으나 신처럼 힘이 강한 것을 나타내기 위해 고질라(Godzilla)로 개명했다. 등에 뿔이 있어서 뒤에서 공격하는 걸 방어할 수 있다. 1962년 킹콩 대 고질라가 격돌한다.

괴물
2006년 한강 태생. 용산 미군기지에서 방류된 생화학무기에 의해 돌연변이로 탄생했다. 불화살을 맞고 죽었지만 그의 새끼가 살아남아 있다는 설이 있다. 인간은 동물들을 우리에 가둬놓고 기이한 방법으로 기른다. 그러자 광우병, 동물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나타났다. 괴물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옥자
2017년 넷플릭스 태생.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괴물이 숙주 몬스터다.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이며 괴수가 아니라서 그런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괴수는 괴수다워야 하는 모양이다. 괴수 영화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아서 사람들이 버거워했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각별하게 지낸다. 베지테리언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물괴
조선 중종 22년에 출현. 탄생 시기는 연산군 시절로 추정된다. 호랑이, 삽살개, 망아지 등을 교배해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설의 동물 해태를 닮았다. 역한 비린내를 풍기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역병에 걸린 사람을 잡아먹고 역병에 전염되었다. 시력이 매우 약한 대신 청력이 예민하다. 권력을 탐내는 정치인들이 이 물괴를 이용해 공포 정치를 하거나 백성들을 미혹하는 데 쓴다.

박정희
1917년 경북 구미 태생. 일본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 반공을 내세워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죽게 했다. 산업화 시대에 힘들게 일한 국민들의 공을 혼자 독식하면서 괴물이 되었다. 궁정동 안가에서 술과 여자에 취해 있다가 부하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후 통장잔고 26만원으로 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괴물 전두환, 경제 대통령이라는 허상으로 탄생한 괴물 이명박 등에게 롤모델 역할을 했다. 

현택훈
고등학생 때 비디오를 빌려보며 결석을 자주 했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처음 쓴 소설 제목이 ‘중경삼림의 밤’이었다. 조조나 심야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영화를 소재로 한 시를 몇 편 썼으나 영화 보는 것보다 흥미롭지 않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좀비 영화에 빠져 지내다 지금은 새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낸 시집으로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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