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레바논, 새싹처럼 희망으로 피어라

 
사람들은 은 30냥에 예수를 팔았던 가롯 유다를 비난하지만 그들 또한 은 30냥도 안되는 추잡한 것을 위해 예수를 파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 있다. 신념을 가지고 하든 요구를 하든 너무 쉽게 팔고, 강요한다. 그나마 소수지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 <편집자 주>
 
 
▲ 레바논 남부 마을 아이타론에서 피난온 한 레바논 여성이 1일 이스라엘군의 포격 목표지역인 벤트 즈바일에서 자기 아기를 안고 울부짖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 김장배추의 새싹
ⓒ 김민수
 

이스라엘의 악의적인 무차별 공습으로 군인이 아닌 민간인, 어른도 아닌 아이들까지 희생양이 되는 레바논의 현실.

분노를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이라크를 침공하여 평화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 미국을 보면서도 분노를 느끼지만, 그 역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서 공허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믿는 신에게 이렇게 기도를 한다.

"하나님, 당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그들을 벌하여 주옵소서. 지금 당장…."

그러나 응답이 없다.

어떤 이들은 이 두 국가가 기독교 국가이니 당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나라를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당신 미친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면 오히려 그들은 나에게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편으로부터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서 온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도매급으로 나쁜 놈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유구무언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기독교 국가이니 지지하라고? 미친 것 아닌가?

 
▲ 지난 26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건물 폐허에서 주민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불의한 것과 옳지 못한 것, 위선자들을 향한 예수의 분노는 타협점이 없었다.

결국 예수는 불의한 자들과 위선자들의 합작으로 하나님을 모독한 자,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정치범으로 처형을 당했다.

바꿔 말하면 예수는 죽기까지 그들을 미워한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요, 그것은 동시에 작은 것, 즉 소외되고 헐벗은 이에 대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예수의 이런 메시지는 왜곡되어 버렸다. 강대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예수로, 지배권력의 욕망을 채워주는 예수로 전락했다.

예수가 변하고 타락한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이용하는 인간이 타락한 것이다.

예수의 가장 큰 적은 예수를 믿는 자들이 된 것이다.

지금 레바논에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예수가 죽어가고 있다. 이라크에서 평화의 이름으로 평화가 갈기갈기 찢어지듯이 말이다.

만일, 오늘 서울에 예수가 온다면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강대국의 횡포 속에서 분노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심정으로 예수의 죽음을 다시 바라보기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레바논에서는 예수가 죽어가고 있다

 
▲ 버려둔 선인장 조각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텄다.
ⓒ 김민수
 
봄에 옥상을 정리하면서 선인장을 잘라버렸다. 기억에도 사라진 선인장 조각이 새 순을 사이좋게 올렸다. 저렇게 올라왔으니 더 이상 그를 죽일 수가 없다. 새 순은 희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후 언론을 통해서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의 주검을 들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이들을 죽이는 자들, 그들이 부르는 신과 내가 믿는 신의 이름은 같다. 그들과 나는 같은 신을 믿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쉽게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수없이 하나님의 이름, 예수의 이름을 팔아먹는 이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나도 때론 그 중 하나가 된다.

사람들은 은 30냥에 예수를 팔았던 가롯 유다를 비난하지만, 그들 또한 은 30냥도 안되는 추잡한 것을 위해 예수를 파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 있다. 신념을 가지고 하든 요구를 하든, 너무 쉽게 팔고 강요한다. 그나마 소수지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

새싹처럼, 꽃몽우리처럼 레바논도...

 
▲ 범부채. 오늘이 가기전에 활짝 필 것이다.
ⓒ 김민수
 
이런 상황에서 꽃 타령이나 하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 그들이라도 보지 않으면 삶의 의욕 자체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그래, 이렇게 작은 새싹처럼, 꽃 몽우리처럼 피어나는 거야. 그들에게 미래가 있어 희망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지금 그 모습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머물기만 하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그들, 피어나는 그들을 보면서 삶의 힘을 얻는 것이다.

새싹과 꽃 몽우리를 보면서 전쟁의 포화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했다.

"레바논, 새싹처럼, 꽃 몽우리처럼 피어나소서!"

보기만 하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명구가 떠오르는 꽃, 지금 이스라엘로 인해 레바논은 더럽혀졌지만 이내 그 곳에 아름다운 꽃 피어나듯 레바논의 평화가 피어나길 소망한다.

 
▲ 노랑어리연꽃.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도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꽃
ⓒ 김민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우리의 입장  
 
 
 
▲ 한 레바논 가족이 1일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을 피해 아이타론 마을에서 벤트 즈바일로 피난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지역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의 반인권적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 전쟁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졌던 20세기를 넘어, 21세기는 평화와 상생의 세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그러나 강대국의 패권주의는 '테러와의 전쟁'을 핑계 삼아 폭력과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 곳곳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갈등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이득을 보고 있으며, 이번 사태 또한 그 연장선에 있음을 똑똑히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자국 병사의 납치에 대한 자위권 행사라고 강변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사실처럼 중동 지역에서의 이들의 폭력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중동지역에서 자신의 패권을 관철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야욕과,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군사적, 정치적으로 지원해 유무형의 이득을 누려온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오랜 세월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이 지역의 무고한 민중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만을 가져다주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의 반복일 뿐이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여러 도시를 무차별 공격하여 무고한 주민 400여 명을 죽였고, 60여만 명의 난민을 발생케 했다. 그뿐만 아니라 피난민에 대한 인도적 구호차량에까지 공격을 가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 7월 25일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초소를 폭격하여 유엔 감시단원까지 숨지게 하였다.

이번 전쟁에 대해 유엔(UNHCR)도 분명하게 '범죄 행위'로 규정했으며, 온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양심인들 또한 한 목소리로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이 즉각적으로 레바논에 대한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중동지역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촉구한다. 이스라엘은 지금 휘두르고 있는 총칼을 거두고 진정어린 협상에 임하고,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이용해 패권야욕을 관철시키려는 미국 또한 스스로 그 욕심을 거두고 평화의 중재자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우리 기독교인들은 모든 종교의 신들이 폭력과 전쟁, 침략의 신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사랑과 평화의 신임을 재확인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모든 인간의 삶속에 충만한 생명을 허락하고 계심을 믿으며 이스라엘과 미국도 그에 따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6. 7. 28)

교회개혁실천연대/생명평화연대/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아름다운 생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회/한국교회인권쎈터/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여민회/ 기장 생명선교연대/ 새시대목회자모임/ 생명평화전북기독인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 일하는 예수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의해 싣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