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집단 ‘예담길’은 예술을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 문학인들의 모임입니다. 김광렬(시인), 김대용(번역가), 김병택(시인·비평가), 김석희(소설가·번역가), 김희숙(무용가), 나기철(시인), 문무병(시인·민속학자), 양원홍(시인), 장일홍(극작가·소설가)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담길이 찾아가는 ‘제주도내 맛집’을 월 1~2회 연재합니다. 이 맛집 기행은 한 사람이 맛집을 소개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예담길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되 1인이 집필하는 ‘다자참여-대표집필’의 형식으로 쓰여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한 개인의 기호나 취향 등 주관적 판단에 맡기지 않고 여러 사람이 평가에 참여하므로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맛집의 주 메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작가집단 예담길의 맛집기행] (6) 금수레 식당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이 말은 아일랜드 시인이면서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쓴 <술 노래>라는 시 제목의 앞부분이다. 그렇다면 ‘맛’은 어디로 들까. 당연히 입이다. 입으로 들어서 우리의 혀끝을 오묘하게 적시고 부드럽게 매만진 뒤 정신을 황홀경에 이르게 한다. 우리가 기아 선상에 놓였을 때는 허기를 채우는 데 급급하겠지만, 어느 정도 생계의 곤란에서 벗어난 뒤 우리의 혀는 아마도 ‘맛’을 중시하는 쪽으로 서서히 진화해나가지 않을까. 

아무래도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정신과 몸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것이고 이는 자연히 건강을 해칠 것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우리 몸에는 어떤 욕구도 생겨나지 않을 터. 술을 마셔도 술은 인체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요, 그 어떤 간절한 사랑도 끝내는 이루지 못하리라. 마찬가지로 어떤 음식을 먹어도 음식의 참된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건강한 사람들과의 사귐과 더불어 건강한 식생활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예담길의 맛 기행은 오리요리를 주업으로 하는 집(닭요리도 있음)을 선택했다. 제주시 일도 2동에 위치한 ‘금수레’라는 식당이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는 말복 하루 지난 음력 칠월칠석날이다. 삼복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까지 겹쳐 그야말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찾아들었다. 

어느덧 앞서 시킨 오리백숙이 나왔다. 넙적한 옹기그릇에 완전히 익힌 상태에서 나온 그것은 녹두죽 위에 하나의 큰 섬처럼 버텨 앉아 있었다. 서너 사람 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오리백숙과 녹두죽과 그 위에 얹은 부추 사이로 자르르 흐르는 기름 국물이 여간 맛있어 보이는 게 아니다. 고기도 아주 부드러워서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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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레 식당의 오리 통백숙 한 상. 제공=김대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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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레 식당의 오리 통백숙. 제공=김대용. ⓒ제주의소리

오리고기를 입에 가져가던 누군가의 입에서 “맛있다”는 말이 새어나왔다. 말도 전염성을 지니는가.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도 연달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는 그동안 오리고기에서 별다른 맛을 느끼지 못했었다는 사람에게서조차 찬탄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퍽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아마 맛의 극치를 느낀 뇌가 무의식세계에서 시킨 것이리라. 마음이 시키는 일을 거부하고 침묵을 지킨다면 이 또한 건강에 해로운 일 아니겠는가.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에 앞서 감성적 동물이다.

여기서 잠깐 오리고기에 대한 상식을 짚어보자. 우리는 여타의 고기를 먹으면서 그 기름기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게 다반사다. 허나, 다 알다시피 오리고기의 기름기는 불포화지방산이다. 전혀 살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오리고기에 함유된 단백질은 우리의 영양을 풍부하게 해주며, 필수아미노산은 기력회복을, 칼슘·철·인·비타민 B·C 등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피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등 우리 몸에 아주 유익하다. 이 외에도 콜라겐을 제공하여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든다든지, 머리카락 건강에도 대단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거부할 이유 없고 군침을 안 삼킬 이유 없다

우리 일행에게 맛도 예술이요 시(詩)임을 읽게 해준 ‘금수레 식당’은 아주 크지는 않으나   편히 앉아서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다. 식사가 끝난 뒤, 우리는 이 글을 쓴다는 일언반구의 암시도 없이 조용히 그 집을 나왔다. 어느덧 밖에는 어둠이 깔려있었고 그 전날 내린 비로 선선해진 바람이, 여름이 한풀 꺾였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여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여름, 가족이나 벗들과 오리백숙이라도 먹으면서 모두 건강하게 마지막 더위를 든든히 이겨내는 것도 나쁘지 않음직하다.
 
참고로 ‘금수레 식당’ 주소는 제주시 태성로 2길 2번지(일도 2동 동광성당 서쪽, 바로 옆   블록)이다. 가격은 오리통백숙 5만원, 오리옻백숙 5만원, 오리전복백숙 6만2000원, 오리생구이한마리+칼국수 4만3000원, 오리생구이반마리+칼국수 2만8000원, 토종닭통백숙 5만원  토종닭옻백숙 5만원 등이 있다. (전화: 064-727-8118)
 
<대표 집필: 김광렬>

※ 예담길 회원 촌평

- 은근하고 담백한 오리백숙의 맛은 요리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 준다. (김병택)

- 오리백숙!  옛날  맛이 우러나오고,·무얼 먹어도 좋았던 궁핍한 시절이 그립네요. (장일홍)

- 금수레 오리백숙, 정말 우연히 먹었고 맛있었고, 다시 오고 싶었다. 진정한 맛은 진한 사랑이다. (문무병)

- 오리고기는 철판구이로 종종 먹었는데 이 집의 백숙을 먹고 나서는...(김석희)

- 금수레의 오리백숙 맛은 오래 끓여 죽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황금빛 종소리의 맛을 낸다. 동광성당 옆에서. (나기철)

- 살집 좋은 포동오리 폭 익힌 부드러운 고깃살. 구수한 죽 한사발로 유난한 염천의 계절 기력 잃은 벗들과 함께 건너다. (김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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