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청년회'와 만난 '평통'…첫 통일음악제 주목
'민주평통이 변하고 있다'…'보수관변' 일변도에서 대중 속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흔히 '관변단체'로 인식돼 오던 평통이 '자기만의 평통'에서 대중속으로 스며드는 노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오후 열린 제1회 시민과 함께하는 통일음악회는 평통이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아니 평통이 어떻게 통일청년회랑 같이 행사를 할 수가 있어?". 주변에서도 '깜짝' 놀랐다.

이날 주최는 제주시와 민주평통 제주시협의회(회장 김순택)이었지만 사실상 행사 공연의 내용과 중심은 제주통일청년회를 앞세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제주본부(상임대표 임문철 김태성 김상근) 소속 단체가 만들어 나갔다.

말만 후원이었지 사실상 주도한 셈이다.

흔히 '관밖'으로 치부되던 제주민예총 소속의 전통풍물패와 노래모임, 그리고 수년째 '통일 운동'을 벌여오던 통일 단체들의 컨텐츠로 이날 행사가 채워진 셈이다.

예전에 보수관변 중심으로 일관했던 평통으로선 생각치 못한 일이다.

80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출발한 평통...지난해 70% 교체

   
 
 
80년 전두환 정권 시절에 출범한 평통은 군사정권의 비호 아래 '대북 햇볕정책'을 기조로 한 DJ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한 평통이 지난해 7월 제12기 자문위원가 출범하며 70%가 교체됐다.

평통 자문위원의 임기가 2년으로, 5회 이상 연임한 경우 와 통합 7회 이상 연임한 이들은 새로운 위원 구성에서 제외된 탓이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선정방식의 변화는 '지방토호세력의 교체 신호탄'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기대가 예상됐지만 쉽게 행동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번 시민과 함께 하는 통일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

통일청년회가 제작한 '한반도'기 흔든 평통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지난 1일자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와 북제주군협의회가 통합되면서 137명의 거대 회원을 거느린 평통으로선 자축할만 한 행사다.

비록 많은 이들이 관람석을 꽉 메우지는 못했지만 평통 관계자와 관람객 모두 통일청년회가 2003년에 제작한 한반도기를 들고 '평화통일'을 외쳤다.

사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은 수개월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 평통 내부에서도 "과거와 다른 통일역꾼으로 일하고 도민들과 힘을 모아 나가자"는 공통된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 김수열 평통 문화예술분과위원장

이미 지난 5월 전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북한 통일의식조사와 세미나 역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6월 전도 초.중.고를 대상으로 '북녘땅에 띄우는 내 마음을 편지'를 공모, 이날 대상을 받은 고교생은 대통령(평통 의장)상까지 받는 영예도 얻었다.

이번 통일음악제를 제안한 김수열 문화예술분과위원장은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한민족으로 50년 이상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며 "'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업 아래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음악을 갖고 사람들을 모은다면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며 "보다 정제된 통일 한마당 행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의 화두와 열기...섬 밖으로 퍼졌으면'

   
 
 
통일청년회 김남훈 회장은 "무대 밖과 안에서 시민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 기회에 통일의 화두와 열기가 도민을 넘어 국민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평통과 통일청년회를 비롯한 6.15공동선언 남측본부는 "내년부터는 공동주최로 가자"며 "6.15와 8.15가 탑동에서 만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동윤 평통 교류협력 분과위원장은 "이번 제12기 평통자문위원은 자체 반성과 더불어 그 동안 도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상황에서 도민 모두의 지지를 끌어내자는 각오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내 소리랑 산 넘엉 가라/ 내 노래랑 물 넘엉 가라'

이날 '느영 나영 어깨동무'를 주제로 열린 통일 음악회는  풍물패 신나락의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전 노래빛 사월의  대표 최상돈의 '여기는 우리가 살아', '애기동백꽃의 노래' 등은 가슴 한켠에 있던 한민족 한핏줄의 열망을 조심스레 불러냈다.  

그리고 전도 '북녘땅에 띄우는 내 마음을 편지'를 공모에서 초등부 은상을 받은 화북초등학교 1학년  오다경양의 '북한 친구야!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편지 낭송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 좋아하는 아이들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시협의회 김순택 회장
이어 어린이 민요단 '소리나라'의 전래놀이 '꼼짝꼼짝 고사리꼼짝', 청년노래단 '청춘'의 '할아버지의 소원', 현희순씨의 판소리 '남누리 북누리', 뚜럼브라더스의 '몽생이의 꿈', 양정원의 '내 고향집' 등의 잇따른 무대는 결국 한민족 모두가 결코 '따로'가 될 수 없음을 느끼게 했다.

김순택 평통 제주시협의회장은  "평화와 통일과 희망의 멜로디가 널리 퍼져 나가기를 소망하는 뜻을 담아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마련한 음악회가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뜻 깊다"고 말했다.

이어 "광복 60주년을 넘어섰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통일은 요원하다"며 "사회 곳곳에서 애쓰고 있는 통일꾼들이 한 자리에 모여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김 협의회장은 "오늘 자리를 다 채우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책임"이라며 "내년에 보다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고 차후 통일 음악제에 뜻을 모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날 통일을 염원하는 행사관계자와 참석자들은 '평화'와 '통일'의 건배 속에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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