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TV정책토론회 13차례 예정…후보진영 “나 어떡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확정돼 6.5 재·보궐선거가 사실상 막이 오르면서 도내 각 언론사마다 후보초청 정책토론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지난 4.15총선부터 정당연설회와 합동연설회가 폐지되고 모든 정책대결이 TV토론회로 모아지면서 이번 6.5 재·보궐선거 역시 미디어 선거가 한 몫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도내 신문·방송사마다 정책토론회 주관할 언론사간의 짝짓기가 활발히 이뤄져 나름대로 진용을 갖췄으며, 도내 언론사중에는 JIBS가 가장 먼저 한나라당 김태환 예비후보와 열린우리당 진철훈 예비후보간의 정책토론회를 17일 밤11시15분부터 내 보낸다.

 

언론4사 공동기획 토론회…내면적으론 4.15총선과 별반 다를 바 없어

 

제민일보와 한라일보는 자체 ‘알림’을 통해 정책토론회의 난립을 막기 위해 6.5 재·보궐선거는 제민일보와 한라일보, JIBS와 KCTV제주방송이 공동으로 합동토론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토론회가 방송사에서 진행되고 신문사들은 이를 지면에 보도하는 상황에서 후보와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4.15총선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실제 이들 언론 4사의 공동기획을 보면 제민일보–한라일보–JIBS가 한 축으로 진행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민일보-한라일보-KCTV제주방송이 정책토론회를 주관하게 돼 신문사 입장에서만 공동기획 일 뿐이다.

 

또 KBS제주총국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주일보-제주참여환경연대와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제주MBC는 단독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정책토론회는 횟수는 예전보다 훨씬 늘어나 이번 재·보궐선거기간 동안 제주도지사 후보는 최소 열 차례 이상은 정책토론회를 거쳐야 한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미디어 선거가 도래한 것이다. 또 제대로 된 정책을 준비하지 못한 후보는 그 자질이 금방 드러나게 된다.

 

신문3사·방송4사, 19일 선거기간 중 정책토론회 13차례 준비

 

제민일보·한라일보와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는 준비하고 있는 JIBS는 17일부터 내달2일까지 다섯 차례의 도지사 정책토론회 일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JIBS가 도지사 후보측에 보낸 방송일자를 보면 5월17일(월), 5월(20일), 5월22일(토), 5월27일(목), 그리고 6월2일(수) 등 다섯 차례로 도지사 후보들은 2~3일 꼴로 JIBS를 찾아야 한다.

 

또 KCTV제주방송도 제민일보, 한라일보, 그리고 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와 함께 5월24일(월), 5월31일(월), 내달 3일(목) 등 제주도지사 선거 정책토론회를 세 차례 기획 중에 있다.

 

여기에다 제주MBC가 오는 20일 첫 초청토론회를 시작으로 두 세 차레 준비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KBS 제주총국 역시 한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때문에 17일을 기준으로 법정 선거운동기간인 6월4일까지 19일 동안 열 세 차례의 토론회가 준비돼 있어 도지사 후보들은 언론사 정책토론회로 사실상 모든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사정이 다급해 진 쪽은 도지사 후보쪽이다.

 

어느 정도의 TV정책토론회는 자신들의 정책과 공약을 알리고 후보간의 자질을 비교·평가할 수 있으며, 또한 선거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미 4.15총선 당시 정책토론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각 언론사마다 거의 유사한 질문을 제한된 시간에 맞춰 토론을 벌이다 보니 상당수가 중복질문이 이어져 후보간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 썩 내키지 않은 정책토론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해야 하는 실정이다.

 

각 후보진영 “토론회는 찬성합니다. 그런데 좀 줄여줄 수 없나요” 하소연

 

때문에 4.15총선이 끝난 직후 한국언론재단 주관으로 마련된 ‘2004 총선보도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도내 각 언론사에 이 같은 문제지적에 공감을 표시했으나 6.5 재·보궐선거 역시 거의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TV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안 방에서 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한 후 “그러나 여기에도 일정한 한도가 있어야 한다”며 토론회가 너무 많음을 지적했다.

 

이 인사는 “벌써 오는 20일 토론회부터 JIBS와 제주MBC가 중복돼 있다”면서 “방송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그렇다고 하루에 두 차례나 토론회를 참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측의 한 인사는 “정치발전을 위해서 과거처럼 유세장에 수많은 인파를 동원하는 고비용 정치에서 선거공영제로 옮겨간다는 측면에서 TV정책토론회는 매우 잘 된 현장”이라며 “총선의 예로 본다면 타 시도는 선거구는 많은 데 반해 TV채널은 한정돼 있어 토론회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반면, 제주에서는 후보자들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 관계자도 “지금 각 방송사에서 준비하는 일정을 본다면 거의 하루걸러 한번 꼴이거나, 연달아 토론회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정된 선거기간 중에 후보자들이 직접 유권자들 접촉하는 것도 바람직하기 때문에 일정에 대해서는 상대후보 측과 협의해 볼 필요성이 있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정책토론회 ‘질’이 문제…분야별로 심도 있는 토론회 벌여야”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면 못지 않게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도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TV토론회가 너무 많다 보면 힘들 수도 있겠으나 제주도지사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될 도지사를 선출하는 유권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어떤 정책토론회를 하느냐에 있다”면서 “지난 4.15총선처럼 각 방송사마다 유사한 질문을 반복한 다는 것은 후보들간의 차별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시민단체 관계자는 “좀 복잡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가사 제대로 된 정책토론회를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질문보다는 방송사별로 또는 일자별로 주제를 나눠 1차산업분야, 관광분야, 지방분권과 행정계층 구조개편분야, 환경, 여성·복지 등 각 분야별로 깊이 있는 토론회는 벌리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도내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 방송사 관계자는 “후보측에서 본다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을 꺼낸 후 “그러나 한 방송사에서 토론회를 한다고 해서 모든 유권자가 이를 시청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너무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차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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