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귀포 교육문화도시 건설의 티핑 포인트

  우리는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들에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갑자기 변화하고 전염되는 극적인 순간에 붙여진 이름이 다름 아닌 '티핑 포인트'이다. 요컨대 티핑 포인트적 관점은 사소한 것들이 어느 순간에 엄청난 결과로 변화하는 과정의 요인들에 주목한다. 조그만 계기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는 사회적 현상을 예리하게 통찰해낸 말콤 글래드웰이 궁극적으로 '티핑 포인트(이끌리오, 2002)'에서 추구했던 것은, 요컨대 '뜨는 현상'의 원인 고찰을 통해서 이번에는 역으로 그 조건들을 인위적으로 조성해냄으로써 '뜸'을 이루어내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망해마지 않는 삶의 환경으로서 교육문화도시는 서귀포사회가 처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하면 느닷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10년 전 인구가 그대로이고 변변한 전문공연장 하나 없는 도시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그런 우리에게 앞서 언급했던 티핑 포인트의 관점은 하나의 어떤 희망의 근거가 된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이룬다!”는 것이다. 작은 불씨도 키우면 큰불을 낸다는 것이다. 단, 그 작은 차이는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교육의 힘으로 성공을 일궈낸 각계각층의 어른들, 문화의 힘으로 일가를 이룬 각계각층의 어른들을 수시로 시민들 앞에 드러내는 것이다. 대회의 장, 초청강연회도 열고, 일터도 개방함으로써 전문가로서 성공한 인사들은 아이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 연마하는 어른들은 귀감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전체에 발랄하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갈 것이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쯤마다 남녀노소가 한데 모여 말 그대로 교육문화축제를 한판 크게 벌이자. 백일장도 좋고 경시대회도 좋다. 퀴즈대회도 좋고 장기자랑도 좋고 특기적성경연도 좋다. 창의적인 요리경연, 마을대항 촌극대회, 전시회, 발표회, 창작행사 등등등. 외국인을 초청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잔치도 끼어 넣을 만하다. 국제화 세계화시대가 아닌가.

  여름 겨울 휴가철이면 산과 들과 바다에서, 그리고 폐교에서 가족들이 참가하는 테마캠프를 열자. 창의력캠프, 과학캠프, 수학캠프, 독서캠프, 외국어캠프, 클라리넷캠프, 플룻캠프, 첼로캠프, 바이올린캠프, 수채화캠프, 만화캠프, 마술캠프, 연극캠프, 조각캠프, 위인캠프, 축구캠프, 야구캠프, 수영캠프, 마라톤캠프.... 캠프를 열자. 어른들이나 잘하는 언니들은 자원봉사로 나서자. 가르치고 배우고 신나게 즐기자.

  이게 바로 교육문화도시 건설의 티핑 포인트가 될 법하지 않은가?
  관건은 지속성이다. 이런 이벤트들이 생활화될 수 있으려면 반복됨으로써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것은 강고한 배후 주체세력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관만으로는 안된다. 시민교양강좌를 가서 보라. 청중들이 어떤 분들인가? 아직 민간만도 안된다. 예전의 칠십리축제를 돌이켜보라. 사적이거나 상업적인 이해관계에 빠질 우려가 있다. 상투적인 민관합작도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 모양새는 그럴 듯하나 실속이 없다. 어느 경우에나 전문성이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어떤가? 지역사회재단(Community Foundation)이 그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촌지를 출연하여 안정된 기금을 조성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로 집행부를 구성하여 제반 사업을 주관하게 하는 것이다. 본래 지역사회재단은 지역사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기금을 모체로 하여 설립된 재단의 전형적인 한 유형이다. 지역사회재단은 아니지만 고대의 플라톤의 아카데미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재단의 영역에 속한다. 어쨌든 전통적으로 재단은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프로젝트의 실현을 통해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선도해갈 수 있으며, 동시에 틈새(niche)기관으로서 시장영역이나 공공영역이 포괄할 수 없는 요구와 구성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 김학준 편집위원
앞서 열거했던 각종 사업이나 행사들은 직접적으로 영리를 창출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시장영역 밖의 일이다. 공공영역이라 하기에는 사적인 경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재단의 영역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그 모든 사업들을 동시적으로 다할 수 없다면 기금이 조성되어가는 대로 한 부문씩 착수해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사업의 성과들을 과시해가면서 부문별로 독지가들의 참여를 독려해나가면 된다. 물론 수익자 부담으로 충당 가능한 부문도 얼마든지 있다. 메세나운동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면 더 좋다.

  어쨌거나 서귀포는 무엇보다도 우선 교육문화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 점을 시민들이 수긍한다면 길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작은 차이가 명품을 이룬다. 북경의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이르러서는 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지 않는가? 문제는 ‘작은 차이’, 그것을 위한 용기있는 시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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