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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미 의원. ⓒ제주의소리
[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김경미

오늘 스케줄을 확인한다. 현장 방문이 있는지, 간담회가 있는지, 참석해야할 행사가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

전동휠체어가 접근 가능한지? 아님 수동휠체어로 가야하는지…. 혹! 갈 수 없는 공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의정생활 아침은 경로 파악으로 분주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며 인권운동가인 넬슨만델라는 ‘진정한 자유란 단지 사슬을 벗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중증여성장애인의 의정활동이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이 길이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삶을 위해 장애라는 속박의 사슬을 끊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문을 가져본다.

의정활동 3개월! 사슬을 벗는 중이며, 어쩌면 또 다른 사슬을 발견해 끊어야 할지도 모른다. 중증장애 도의원이 의회에 입성하면서 자동문으로 의회 건물이 바뀔 예정이며, 휠체어 리프트 차량이 업무차로 배치되는 등 장애로 인한 사슬을 끊어 가는 중이다.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 것을 가장 먼저 고민하면서 시작하는 아침! 어쩌면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사슬이겠지만 그러기 때문에 사회 곳곳에 있는 사슬을 끊어 내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내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게 된다.

입소스 모리 사회연구소(Ipsos Mori Social Research Institute)가 영국 BBC방송사의 요청에 의해 사회 분열 정도를 27개 국가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그 중 “사회적 배경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에 대해 사회가 관대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26위로 포용력 최하위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전에 비해 배경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에 대해 포용력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마이너스 7%로 포용력이 후퇴하고 있다.

현재 사회는 다변화 되고 있고, 다양화 되고 있음에도, 포용력 후퇴는 다양한 사회 리더들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과이기도 하다. 다양한 배경․문화에 대한 편견의 사슬을 끊어내는 제도와 정책은 당사자의 경험과 감수성이 담보 되고, 전문성이라는 기본이 확보되었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활짝 피어라! 삶을 바꾸는 우리의 정치!’

정책입안자에 도전하면서 내건 슬로건이었다.

‘누구나 행복한 제주’를 꿈꿔왔던 나의 다짐은 의회 단상에서, 본회의장에서, 현장방문의 자리에서 여전히 작은 목소리지만 큰 울림으로 변화되기를 희망한다.

차별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라는 당사자로서 선배, 동료 의원들과 함께 하면서 조금씩 변화됨을 느끼게 된다.

의정활동 속에서도 처음에는 어색하던 모습들이 단순한 배려의 차원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름을 인정해 주고 함께 호흡하는 의정활동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특히 나와 같은 입장의 의원들이 11대 의회에 진출하면서 가까이는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변화시키고, 집행부를 이해시키는 과정으로 정치가 조금씩 변모해 가고 있다고 본다.

장애인 도의원인줄 모르고 찾았던 민원인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현안만이 아니라 함께 허물어 가야 할 사회의 벽이 무엇인지 공감해 주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비록 휠체어에 의존한 여전히 작은 걸음이지만 매일 아침 나만의 사슬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끊어야 할 사슬을 하나 둘씩 찾아가며, 누구나 공감하는 새로운 길에 도민과 함께 나가고 싶다.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라는 시 구절을 오늘 아침 다시 떠올려 본다.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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