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인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설립 여부를 두고 제주도민사회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에 의해 최종 공론화 작업이 진행중에 있지만 여전히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추석 명절을 맞아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도민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영리병원'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특정 계층에 편중되지 않도록 도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무작위로 이뤄졌다. 공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도민사회의 수용 자세까지 세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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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영리병원 물었더니 제주도민 찬성 의견은? 
② 영리병원 물었더니 제주도민 반대 의견은? 
③ 영리병원 공론 조사결과 승복, 도민 뜻 받들라 

[특집-영리병원, 제주도민 물어보니] ① 반대 의견 "돈많은 사람 위한 병원?"..."의료 체계 붕괴"

<제주의소리>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승인 여부를 도민들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부터 22일 사이에 제주도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무작위로 진행됐다.

편향된 시각을 최대한 경계하기 위해 찬성과 반대의 수를 동률로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표본 추출도 지양했고, 그렇다고 단순하게 찬성과 반대의 수를 카운팅하지도 않았다.

세대에 따라 편중되지 않도록 인터뷰 대상은 다양한 세대에 걸쳐 시도하는 등 가능한한 도민사회의 목소리 그대로를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도민들의 의견을 엮었다.

◇ "서민들은 갈 수도 없는 병원, 기술 좋다한들 뭔 소용?"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도민들은 대체적으로 '특정 계층을 위한 의료 혜택'에 대해 경계했다.

제주시 일도2동에 거주하고 있는 정모(32)씨는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병원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의료보험이 안된다는 것은 비싸다는 의미로, 서민들이 갈 수도 없지 않나"라며 "의료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혜택을 보는 사람들만 보는 취지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스를 통해 영리병원에 대해 전해들었다는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 강모(74)씨의 입장도 완고했다.

강씨는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으로 알고 있다"면서 "돈 많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병원이 아니냐. 없는 사람은 빨리 죽으라는 말이냐"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병원은 아픈 사람을 위한 곳이어야...목적 흐트러져"

특히 청년 층의 경우 영리병원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대학생 정모(21)씨는 "우리나라 법에는 복지국가의 원리로 돈 없는 사람들도 아프면 치료 받고 나을 수 있게 해야된다고 하는데 (영리병원 설립이)통과하면 비슷한 병원이 하나 둘 늘지 않겠나"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기존에 있던 병원은 돈 없는 사람만 가다보니 (기능이)약해질 것 같고, 나중에는 빈부격차에 따라서 살 수 있어도 살지 못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병원은 돈이 많은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한여울(23)씨도 "제주에 들어오는 영리병원은 치료보다는 미용이나 성형 쪽 분야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병원의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환자를 치료한다는 병원의 목적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녹지병원 시작으로 영리 목적 병원 들어설 것"

도내 모 종합병원에서 만난 김유정(41)씨는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이 영리병원 확산의 '신호탄'이 될 것을 우려했다.

김씨는 "당장에 제주에 들어서는 (녹지국제)병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 병원을 시작으로 영리에만 목적을 둔 병원들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가 세계적으로도 잘 돼 있다고 하는데,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기존의 체계도 무너질 수 있지 않겠나"라며 "미리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같은 병원 로비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한 방문자도 "(영리병원에 대해)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는 사안으로 알고 있다. 굳이 추진해서 갈등을 부추겨야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보탰다.

그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 서민들이 어려움 없이 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도민들은 ▶외국자본 유치 과정의 의혹 ▶제주 지역 차원에서의 부담 등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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