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글  
   
제주는 뜨겁고 헐떡거린다. 도처의 무자비한 개발에 한라산이 파헤쳐져서 그렇고, 영리병원 문제도 그렇다.
 
생활의 현장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일이 이제는 공공의료가 아닌 영리 병원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중한 문제를 앞에 두고 정부와 제주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만 중요한 게 아니라 민생문제에도 귀 기울이셔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방관하고 있다.
 
관망해야 할 일에는 간섭하고, 개입해야 할 일에는 정작 방관만 하는 정부. 이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지방정권에게 권한을 주어 간섭하지 말고 관망을 해야 지방 분권이 잘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인 생존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국가의 권위를 세우고 관심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은가. 아직 그런 기본적인 일조차 가늠하지 않으면 언제 그런 중한 일을 다 해나갈 작정인가. 마치 내일 임기가 끝난다는 각오로 문재인 정권이 일해주길 기대한다. 나서라. 평화와 조국 통일을 이루라. 관망하지 마라. 백두에서 한라까지 훈풍이 불게 하라. 그리고 제주 영리병원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민생이 죽지 않게 보살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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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정권에게 권한을 주어 간섭하지 말고 관망을 해야 지방 분권이 잘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인 생존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국가의 권위를 세우고 관심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은가. 사진 왼쪽은 문재인 대통령, 오른쪽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가적인 문제 중 초 관심사는 사실 부동산이 아니다.
 
문제는 교육이다. 많은 문제가 교육에서 비롯된다. 부동산 가격의 널뜀 현상도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과감하고 단호하게 교육부를 해체하라. 교육부 조직의 문제를 엄호하다가는 교육이 실종된다. 교육부가 감당하고 있는 초중고의 많은 기능을 지방 교육청으로 분산하고, 대학 입시는 대학에 맡기면 되는 그 수월한 길을 망성이지 마라. 과감히 수행하고 백성을 사랑하라.
 
백성의 마음을 어루만져라.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잠잠하다. 독일 정부와 BMW에 수천 억 원의 과징금을 매기고 단호히 대처하라. 민심은 불이 났는데 정권은 불구경만 한고 있다. 무관심이 무기력을 낳는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그렇다. 단호하게 민심을 어루만지는 정책을 시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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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감성이다. 일자리 문제니 주택 문제니 그때그때 나서서 감성을 어루만지는 부지런함을 보여라. 통일 정책 논리처럼 살엄음판을 걷든 듯 처리할 일이 있고, 과감히 처분할 일이 있다. 그런데 아직 문 정권은 초보 걸음마 단계다. 과감히 일어서 걸음을 걷고 민생 행보에 나서라. 하늘이 높아도 비는 내리는 법이다. / 허남춘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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