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가 주최하고 서귀포신문이 주관한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 100주년 기념 활성화 모색 학술세미나’가 10월 4일 오후 1시부터 서귀포시청 문화강좌실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신문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 100주년’ 세미나 개최...“보전 위해서는 사업회 꼭 필요”

서슬 퍼런 일제의 지배가 한창이던 1918년, 3.1운동 보다 앞서 독립을 외친 제주도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 서귀포에서 있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서귀포신문이 주관한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 100주년 기념 활성화 모색 학술세미나’가 10월 4일 오후 1시부터 서귀포시청 문화강좌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1918년 일어난 법정사 항일운동이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활성 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다. 현장에는 양윤경 서귀포시장, 김의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한대섭 광복회 제주지부장, 장대현 제주도 보춘청 보훈과장, 보덕사·용하전사 강혜전·무용 스님 등이 참석했다.

1918년 10월 7일 제주 도순리를 중심으로 서귀포 주민 700여명과 법정사 주지 김연일 등 승려들은 ‘일본인 축출, 국권회복’을 주장하며 항쟁을 일으켰다. 이를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이라 부른다. 3.1운동(1919년)보다 앞설 뿐만 아니라 당시 제주 지역 전체를 따져 봐도 일제에 맞선 가장 큰 항쟁이었다.

특히 법정사 승려들은 1914년부터 일본의 국권 침탈의 부당함을 신도들에게 설명했고, 거사 실행 6개월여 전부터는 흡사 군대 같은 조직을 꾸렸다. 당일 새벽, 법정사 예불에 참석했던 선봉대 34명이 하원리, 원평리를 거쳐 중문리에 이르렀을 때 인원은 700명으로 불어났다. 선봉대장 강창규의 지휘 아래 항일운동 참가자들은 전선과 전주를 절단했고 지나가던 일본인 일행을 몽둥이와 돌맹이로 때렸으며, 중문리 경찰관 주재소를 불태웠다. 

그러나 총으로 무장한 서귀포 경찰관 주재소 기마 순사대가 투입되면서 참여자들은 흩어졌다. 일제는 66명을 검거해 46명에게 형을 선고했다. 김연일 주지에게는 징역 10년형을 구형했고, 많은 이들이 가혹한 조사로 수감 중에 옥사, 장애를 입는 등 해방때 까지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법정사 항일운동의 역사를 정리, 발표한 한금순 외래교수(제주대)는 “일제는 법정사 항일운동을 ‘무극대도교 사건’ 같은 사교의 불온전한 행위로 규정지으며 독립운동의 의미를 희석시키려했다”고 강조했다.

▲ 한금순 외래교수는 제주불교사연구회에서 활동하며 《한국 근대 제주불교사》(2013)를 집필했다. ⓒ제주의소리

다른 발표자 김광식 특임교수(동국대)는 “일반적인 운동, 거사, 항쟁에는 간혹 비밀 유지가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법정사에서는 그런 정황이 일체 나타나지 않았다. 법정사의 사례는 1930년 초반 국내 불교계에서 대두된 비밀결사 만당(卍黨)의 경우와 흡사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정사 항일운동의 위상을 ▲근대 불교민족운동 요소의 집약 ▲단일 운동으로는 일제하 불교 민족운동의 최고 정점 ▲국권회복을 추구한 민족 독립운동 ▲중세, 조선시대 임란의 의승군(義僧軍)의 계보를 잇는 근대기 의용승려군 ▲실천적 행보가 주목되는 불교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세미나에서는 법정사 항일운동이 제주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낮은 인지도, 지지부진한 성역화 사업 등이 문제라고 꼽혔다. 

윤봉택 이사장(사단법인 탐라문화유산보존회)은 “행정기관을 비롯해 관련 단체까지 법정사 항일운동을 과소평가함은 물론 경시하는 인상이 매우 깊다. 이는 ‘법정사’라는 사찰 명칭으로 인해 종교적 성향을 살피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행정기관이 종교적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가장 어려웠던 근대사의 항일운동의 전승 보전은 물론, 도민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응집하지 못할 것”이라고 개선을 촉구했다.

김형목 책임연구위원(독립기념관)은 대구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례를 들며, 법정사 항일운동 추모 사업의 과제를 밝혔다.

김 위원은 “개항 이래 제주지역 사회 변동 속에서 법정사 항일운동을 조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매년 정기적인 학술회의 개최가 필요하다. 또 제주지역 항일운동사는 물론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사에서 법정사 항일운동이 차지하는 올바른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항일운동 기념식도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한 가칭 ‘법정사 항일운동기념사업회’ 조직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학술·선양사업을 위한 충분한 예산과 중장기 계획도 필수”라고 제시했다.

한편,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에서는 진희종 특임교수(제주국제대)가 좌장을 맡아 발제자와 김봉현 제주의소리 부국장, 이병철 BBS불교방송 기자, 고지용 중문JC회장, 강영민 서귀포시민연대 상임대표, 강시백 제주도교육위원장이 토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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