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태풍 폭우에 하귀1리 고순화 할머니 가옥 침수...시간당 67mm 폭우에 물바다
제25호 태풍 콩레이 북상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던 5일 오후 7시 굵은 장대비가 제주시 애월읍 일대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짙음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하귀1리 해안가에 위치한 고순화(92) 할머니의 집에서도 폭우가 건물 전체를 세차게 내려쳤다.
비바람으로 마당에 나가지 못한 할머니 앞에 느닷없이 물에 뜬 신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안거리(안채) 문 사이로 순식간에 물이 대청(마루)으로 밀려들었다.
놀란 할머니는 곧바로 소파로 몸을 피했다. 전기 차단기까지 내려가면서 집 안은 암흑천지가 됐다. 할머니는 소파에 쪼그려 멍하니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루로 쏟아진 물은 구들방과 건너방을 지나 정지(부엌)까지 물바다로 만들었다. 마당은 이미 어른 무릎 높이의 물이 차 호수로 변한 상태였다.
고 할머니는 “이 집에서 50년 넘게 살았지만 물이 마루를 넘어 안방까지 밀려든 것은 처음”이라며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무섭게 비가 쏟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시간 밖거리(바깥채)에도 빗물이 밀려들어 방과 거실, 창고를 휩쓸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서가 오후 9시 배수지원에 나섰지만 이미 침수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양수기를 동원해 오늘(6일) 오전 1시까지 약 4시간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이마저 부족해 가족들이 소형 양수기를 가져와 오늘 오전 7시까지 추가 작업을 벌였다.
가족들은 쓰레받기와 바가지를 총동원해 물 빼기 작업에 집중했다. 날이 밟고 물이 빠지면서 현장은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고 할머니는 비가 잦아들자 하나의 물건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물건들을 말리기 시작했다. 방마다 깔아둔 장판은 바닥 물기를 말리기 위해 모두 들어냈다.
가족들은 폭우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물이 쉽게 빠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낮게 설치된 하수시설도 한 몫을 했다며 시설보강을 제주시에 요구하기도 했다.
고 할머니는 “폭우로 한숨도 자지 못했다. 빨리 비바람이 그쳤으면 좋겠다”며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애월읍사무소는 방제단을 구성해 피해 지역에 대한 안전조치를 우선 진행중이다. 침수 가옥에 대해서는 봉사단을 투입해 향후 복구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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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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