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19) 마가목 (Sorbus commixta Hedl.) -장미과-

한라산은 벌써 색동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풍은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에 초록색 엽록소가 파괴돼 엽록소에 의해 가려져 있던 색소들이 나타나거나, 잎이 시들면서 잎 속에 있던 물질들이 그때까지 잎 속에 없던 색소로 바뀌며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단풍 드는 나무는 단풍나무를 비롯해 산벚나무, 화살나무, 붉나무, 옻나무, 산딸나무 등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 중 단풍이 빨리 든다고 하는 마가목 나무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마가목은 제주방명으로 '마께낭'이라 불립니다. '낭'은 나무를 의미하고 '마께'는 빨래방망이를 뜻합니다. 이 마가목의 이름은 봄에 돋아나는 새순이 마치 말의 이빨처럼 튼실하게 나온다고 해 ‘馬牙木’(마아목)이 변해서 마가목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1.jpg
▲ ⓒ제주의소리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이 마가목은 생김새가 남달라 금방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소엽은 깃털 모양으로 9~13매의 잎이 달립니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보다 빨리 단풍이 들어, 10월 초가 되면 열매가 많이 달린 나무를 숲에서 볼 수 있습니다.

2.jpg
▲ ⓒ제주의소리

나무에 대한 설명을 보면 봄 새순이 힘차게 돋아나는 모양이 마치 말의 이빨을 연상케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봄이면 마가목의 새순을 더 자세히 관찰하곤 했습니다.

3.jpg
▲ ⓒ제주의소리

동물 이름을 차용한 나무들은 제법 많이 있습니다. 말오줌때, 곰의말채, 까마귀베게 등이 있습니다. 이 마가목은 말의 이빨과 관련을 지어 설명하는데 정설은 아닙니다. 이빨과 관련된 다른 나무는 이리의 이빨을 연상케 한다는 낭아초도 있습니다.

4.jpg
▲ 낭아초(狼牙草). ⓒ제주의소리

봄에 무리 지어 하얀꽃으로 피는 이 마가목은 밀원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가목의 속명인 'Sorbus'는 켈트어의 '떫다'에서 온 의미의 'surb'에서 유래됐습니다. 종명인 'commixta'은 '혼합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이 마가목으로 노인 지팡이 재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신경통과 중풍에 좋아 장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나무라고 합니다.

5.jpg
▲ ⓒ제주의소리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수종으로 관상수나 조경수로 이 마가목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해발 600미터를 전후로 한라산 정상 근처까지 골고루 분포합니다.

6.jpg
▲ ⓒ제주의소리

봄에 피는 꽃송이만큼이나 가득 달리는 열매도 참 인상적입니다. 주렁주렁 빨간 열매가 달려 새들을 유혹하는 이 마가목이 저를 유혹했나 봅니다. 5.16도로변이나 1100도로변을 지나가다 보면 빨간 열매의 마가목을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7.jpg
▲ ⓒ제주의소리

이 마가목의 꽃말이 '신중'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행동하지 않고 조심스러움을 뜻하는 의미입니다.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께 다음 편에서는 한라산에 단풍 든 모습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8.jpg
▲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